6월 설비투자 -5.9% 기록
18년 만에 4개월 연속 뒷걸음
취업자 증가폭 10만명 안팎 머물고
실업자는 6개월째 100만명 웃돌아
고용 떠받치려 막대한 재정 투입
‘정부가 월급 주는 나라’ 전락 우려
설비 투자가 급격하게 줄고 있다. 임금은 오르고 경기 전망도 어둡자 기업들이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투자가 위축되며 일자리도 창출되지 않고 있다. 일하던 직원마저 줄일 판이다. 결국 정부가 신규채용과 고용유지를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거나 조세지출로 사실상 ‘월급’을 보전해줘야 할 상황이다. 한국 경제가 ‘투자실종→고용부진→정부보조’의 악순환에 빠져 허덕이고 있다.
31일 통계청의 ‘6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7% 감소했다. 제조업 재고율은 111.5%로, 전월에 비해 2.9%포인트 상승했다. 시장에 내놔도 재고만 쌓이니 생산을 줄이고 그 여파로 투자도 감소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설비투자는 -5.9%(전월대비)를 기록했다. 3월 -7.6%, 4월 -2.5%, 5월 -3.0%에 이은 감소세다. 설비투자가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00년 9~12월 이후 18년만이다.
특히 고용 유발 효과가 큰 건설업에서 투자가 크게 감소하는 모습이다. 건설업체의 국내공사 현장별 시공 실적을 금액으로 집계(건설업종 투자)한 건설기성은 지난달 -4.8%를 기록했다. 5월(-2.7%)에 이어 2개월 연속 감소다. 지난 2월부터 보면 4월(1.9%)을 빼면 줄곧 마이너스다.
기업들의 투자 실종은 곧바로 고용에 충격을 주고 있다. 6월 취업자는 2,712만6,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만6,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취업자 수 증가폭은 5개월 연속 10만명 전후에 머물러 금융위기 이래 최악이다. 정부는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을 월 평균 32만명으로 예상했다. 반면 지난달 실업자 수는 103만4,000명으로, 6개월 연속 100만명을 웃돌았다.
기업 투자 위축과 그로 인한 고용 둔화는 정부가 돈을 쏟아 부어 메워야 하는 상황으로 내 몰고 있다. 중소ㆍ중견기업이 34세 이하 청년을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할 경우 1인당 연 900만원을 지원해주는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이 대표적인 예다. 고용위기 지역에는 1,400만원의 인건비를 지원한다. 교통 수단이 열악한 산업단지에 취업하는 청년에겐 교통비(월 10만원)까지 정부가 주고 있다.
일자리안정자금도 정부가 재정으로 고용을 떠받치는 구조다. 정부는 올해 최저임금 16.4% 인상으로 해고 위기가 높아지자 3조원의 일자리안정자금을 마련해 1인당 월 최대 13만원씩 보전해주고 있다. 지난 25일 기준 누적 신청자는 223만명에 이른다. 정부는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10.9%가 오르는 점을 감안해 3조원 규모의 일자리안정자금을 재편성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정부는 2018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근로장려금 지급대상을 지난해 166만 가구에서 내년부터 334만가구로 확대하고 지급액도 1조2,000억원에서 3조8,000억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기업이 필요해 직원을 채용하고 근로 대가를 지급하는 게 정상인데, 지금 우리 경제는 정부가 사실상 취약계층에게 ‘월급’을 주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표학길 서울대 명예교수는 “정부가 ‘혁신성장’을 이야기하지만 개념이 추상적이어서 제대로 된 투자활성화나 규제 완화 정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그 사이 일자리는 줄고 소득격차는 더 벌어지자 재정ㆍ조세 지출 늘리는 정책만 내놓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사정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현재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동행지수와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는 모두 하락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두 지수가 동반 하락했다는 것은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경기가 가라앉을 것이라는 신호”라고 우려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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