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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마약 다시 손댈 것 뻔해도 강제 치료 손 못쓰는 병원

입력
2018.08.02 04:40
수정
2018.08.02 07:5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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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독자 스스로 입원 치료 땐 

 검찰 등 사법기관 명령 없으면 

 퇴원 제지 못해 재범 악순환 늘어 

 일각 “일정기간 동안 치료 상담 

 마약사범만이라도…” 법 개정 촉구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치료 도중 퇴원하길래 불안했는데…”

수도권의 한 치료보호기관에서 일하는 의사 A씨는 입원 환자였던 남성의 소식을 듣자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달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고 싶다며 제 발로 병원을 찾았던 그가 일주일 만에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 괜찮을 것 같다”라며 치료를 중단하고 퇴원하더니 또다시 필로폰에 손을 댔기 때문이다. A씨는 “기본적인 마약 해독 치료가 채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라면서도 “퇴원을 막을 방법은 전혀 없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법률상 자진 입원한 사람이 퇴원을 요청할 경우 병원은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수사계는 지난달 22일 필로폰 소지 및 투약 혐의(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로 성북구 노상에서 조모(41)씨를 체포해 구속했다고 1일 밝혔다. 과거에도 마약 관련 범죄에 연루된 사실이 적발돼 처벌을 받은 바 있는 조씨는 교도소를 벗어난 지 약 석 달 만에 다시 영어의 몸이 됐다.

올해 5월 출소한 조씨가 지난달 스스로 중독 치료를 받겠다고 선언하자 가족들은 기뻐했다. 그 전까지는 치료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아서다. 조씨 가족은 “여러 상담 및 치료기관들을 소개해줘도 정작 치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다던 조씨가 어느 날 자진해 입원한다니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7월 10일 조씨는 제 발로 병원에 입원했다. 기대는 일주일도 안돼 깨졌다. 퇴원 당일인 7월 16일 가족이 병원에 달려가 설득했지만 소용 없었다.

조씨가 퇴원 후 다시 마약에 손을 댔던 데에는 법률상 허점이 존재했다.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르면 자의로 입원한 정신질환자가 퇴원을 요청할 경우, 병원은 이를 거부할 수 없다. 재범 가능성이 큰 마약 중독자가 입원 치료를 받다가 도중에 중단하더라도, 검찰 등 사법기관 명령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제 발로 병원을 찾은 경우에는 이를 제지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뜻이다.

이를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마약범죄를 전담하는 한 경찰관은 “재판 과정에서 변호사 조언으로 법원에 입원 서류를 제출해 형량을 줄인 마약 혐의 피의자가 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병원이 환자 퇴원을 거부할 수 있을 경우 감금 등 인권침해 소지가 있기에 만들어진 조항이지만, 일각에서는 마약사범에 한해서라도 일정 기간 의무 치료가 강제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의무 치료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마약 중독자의 재범률은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이정삼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장은 “병원으로 안내해 입원한 마약 중독자들이 하루아침에 연락이 끊기는 경우가 있는데, 나중에 확인하면 퇴원 후 다시 마약에 손을 댄 것이었다”며 "약물 중독자의 경우 지속적인 상담이 병행되지 않으면 치료 의지가 한 순간에 꺾이기 쉽다"고 설명했다.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외국과 달리 한국은 출소 이후 마약 중독자에 대한 의무 치료제도가 발달돼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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