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션샤인’ 김태리와 김민정이 격변의 조선을 지나는 여인들의 조국애를 그려내며 깊은 울림을 안겨 주고 있다.
무엇보다 회를 거듭할수록 김태리와 김민정의 품격 다른 조국애가 선명하게 드러나면서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김태리와 김민정은 ‘미스터 션샤인’에서 각각 조선 최고 명문가의 ‘애기씨’, 사대부 영애 고애신 역과 호텔 글로리 사장 쿠도 히나 역으로 열연을 펼치고 있는 터. 이와 관련 애신(김태리)과 히나(김민정)가 각각의 관점과 스타일로 나름의 ‘조국애’를 구현하고 있는, 강렬한 ‘걸크러시 본색’에 대해 정리해봤다.
애신은 기별지를 읽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 사대부 대감마님인 할아버지 고사홍(이호재)의 호통에도 “차라리 죽겠습니다”라며 나라를 위한 강인한 의지를 피력, 시선을 잡아끌었다. 아름다운 한복을 입고 고고한 애기씨로서 저잣거리 모두에게 인사를 받는 애신이 변복을 하고 복면을 한 채 지붕을 내달리고 저격을 하는, 과격한 낭만을 실현하고 있는 것. 애신은 조선을 왜 구하려 하냐는 질문에 “꼴은 이래도 오백년을 이어져온 나라요. 그 오백년 동안 호란 왜란 많이도 겪었소. 그럴 때마다 누군가는 목숨을 걸고 지켜내지 않았겠소”라며 “그런 조선이 평화롭게 찢어 발겨지고 있소. 처음엔 청이, 다음엔 아라사가, 지금은 일본이, 이제 미국 군대까지 들어왔소. 나라꼴이 이런데 누군가는 싸워야하지 않겠소?”라고 조선을 침탈하려는 열강에 맞서겠다는 단단하고 결연한 조국애를 표명했다.
특히 애신은 할아버지 고사홍이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고, 스승인 장승구(최무성)조차 만류하는 상황에서도 덤덤하게 “제가 구한 여인입니다. 안전하길 바랍니다. 마무리도 제가 하겠습니다”라며 스스로 거사에 나가기를 자청했던 상태.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는 위기에 처했을 때도, 자신의 목숨이 위험에 처해질 수 있는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그 무엇보다 나라를 구하는 의병 활동을 중요시하는, 애신의 확고한 조국에 대한 결의가 가슴 먹먹한 울림을 선사했다.
히나는 호텔 글로리 사장이라는 지위를 통해 각종 정보를 섭렵, 예사롭지 않은 막강한 정보통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또한 가장 앞장서서 친일하며 조선을 위기로 내몰고 있는 이완익(김의성)의 딸임에도 당차게 아버지에게 반항, 미소를 지으면서 날 선 대립을 이끌어내는 모습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더욱이 히나는 유진 초이(이병헌)를 고종(이승준)과 알현하게 만든, 은밀한 행보로 궁금증을 고조시켰다. 한밤 중 오얏꽃과 ‘성총보좌(황제를 보좌한다)’라 쓰인 인장이 찍혀있는 서신을 받은 히나는 내용을 확인한 후 바로 촛불에 태워버렸던 상황. 이어 히나는 유진을 찾아가 “궁에서 기별이 와 전달합니다. 비공식적으로. 궁에선 누구를 만나든 영어를 쓰세요. 궁내부 역관을 불러 통변하게 하시구요”라며 대한제국 황제인 고종이 유진을 만나고자 한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유진의 말을 통변하던 역관이 유진이 한 말이 아닌, 일본에 유리한 통변을 하는 모습이 담기면서 히나가 유진에게 역관을 쓰라고 했던 남다른 의미가 있었는지, 궁과 긴밀한 연락을 주고받는 히나의 속내는 무엇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미스터 션샤인’ 9회분은 4일 오후 9시에 방송된다.
강기향 기자 gihyang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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