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ㆍ영주ㆍ해남 등도 2일 불과
분지지형ㆍ비도시화로 ‘닮은꼴’
밤에 복사냉각으로 기온 내려가
사상 최악의 폭염 속에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밤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같은 한반도라도 경남 거창, 전남 고흥 등 일부 지역에선 밤에 기온이 내려가 한숨 돌리며 푹 잘 수 있다. 열대야는 오후 6시1분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밤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현상을 가리킨다.
1일 기상청에 따르면 7월의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는 7.8일로, 1973년 통계작성 이후 1994년 8.9일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부산은 15일째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고 여수(14일), 제주 북ㆍ서부(13일), 광주ㆍ대전(12일), 서울(11일) 등 전국 곳곳에서 열대야로 아우성이다.
그러나 기상청이 운영하는 ‘기상자료개방포털’의 열대야 일수 자료를 보면 경남 거창과 충남 천안, 전남 고흥은 지금까지 열대야 일수가 1일에 불과하다. 경북 문경과 영주, 전남 해남, 충북 추풍령ㆍ제천은 2일, 충남 부여와 전북 정읍은 3일을 기록 중이다.
지난 31일 기준 경남 거창의 낮 최고기온은 34.4도였으나 다음날 아침 최저기온은 20.1도였다. 낮 최고기온은 다른 지역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새벽에 기온이 크게 떨어지는 이들 지역은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과 비도시화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경남 거창, 전남 고흥ㆍ해남, 경북 문경, 충북 추풍령 등은 산에 둘러싸인 분지 형태로 ‘복사냉각’이 일어나면서 기온이 쉽게 내려가는 특성이 있다. 복사냉각이란 낮 시간 동안 태양광선으로 데워졌던 지표면이 밤 사이 열 에너지를 적외선 형태로 공기 중이나 대기권 밖으로 내보내 온도가 내려가는 현상을 말하는데, 구름이 없고 공기가 맑으면 잘 일어난다. 특히 분지형태는 새벽에 주변 산지에서 냉기류가 분지 안쪽으로 내려오면서 기온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이현규 광주기상청 예보관은 “전남 고흥과 해남의 경우 해안에 있지만 산으로 둘러싸여 오히려 내륙에 가까운 기후 특성을 지니기 때문에 열대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도시에서는 낮 동안 데워진 아스팔트 도로와 콘크리트 건물이 밤에 열을 방출하는 ‘열섬효과’가 나타나지만 이들 지역은 비도시화 지역이어서 이런 문제도 없다.
다만 열대야 일수가 1일에 불과한 충남 천안의 경우, 지형이나 비도시화가 아닌 관측장비의 위치 문제 때문에 시민들이 체감하는 것보다 열대야 일수가 적게 측정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청식 대전기상청 예보관은 “관측장비가 원래는 천안아산역 부근에 있었는데 병천면으로 이동하면서 도시화된 천안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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