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홍대 누드모델 사진 유출사건 피의자가 수사 초기 무고하게 범인으로 몰린 홍대 회화과 학생들에게 쓴 사과문이 공개됐다. 피의자는 “무수한 오명과 불안, 질책, 불편과 고통을 겪게 해드려 너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사과문은 이 대학 재학생이 직접 공개했다.
1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피의자 안모(25)씨가 쓴 A4 3장 분량 자필 사과문이 공개됐다. 글을 올린 이는 “지금 막 우리 학교 단톡방에 공지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대 회화과 사무실도 안씨의 사과 편지 내용을 확인했다.
안씨는 사과문에서 “비겁했던 죄인이 이제야 사죄의 말을 드리려고 한다. 너무 늦어서 죄송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잘못된 판단으로 여러분께 너무 많은 피해를 끼쳤다”며 “엄청난 불편을 드렸다. 너무 늦었지만, 머리 숙여 사죄 드린다”고 했다. 그는 “(사건) 당시 제가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한 이유는 두려움이었다”며 “일이 너무 커지면서 홍대 회화과임이 특정됐고, 저희 에이전시에서 성명문을 내고, 저 뿐만의 일이 아니게 됐다”고 했다.
안씨는 홍대생들이 범인으로 몰릴 때 자신이 침묵한 이유를 설명했다. 경찰이 사건과 무관한 홍대생들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다가 제풀에 지쳐 그만둘 줄 알았다는 것이다. 안씨는 “여러분(홍대생)은 죄가 없으시니까, 제가 필사적으로 증거를 없애면 범인이 잡히지 않고 끝날 것이라 생각했다”며 “멍청했다”고 자책했다.
안씨는 이번 사건에 꼬리표처럼 ‘홍대’가 붙는 게 죄송하다고 했다. 그는 “내 화와 분노를 주체하지 못 해 벌인 범죄인데, 뉴스에 늘 ‘홍대’가 따라다니는 것을 보고 참 불편하고, 괴로우시겠다고 생각했다”며 “죄는 제가 저질렀는데, 여러분께 너무 많은 고초와 피해를 안겨드렸다”고 했다.
안씨는 자신이 현재 구치소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유치장에 갇혀 있을 때부터 꼭 여러분께 사죄,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었다. 이제야 글을 적는 게 너무 죄송하지만, 그래도 더 늦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여러분이 겪으신 불편과 피해는 제가 어떻게든, 어떤 형태로든 갚아 사죄하겠다”며 “더 이상 숨어서 제가 만든 피해를 외면하지 않고 사죄하며 살아가겠다”고 글을 맺었다.
안씨가 홍대생들에게 편지 형식으로 사과 의사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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