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보도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북한 노동자 하루 종일 일하고 실제 월급은 30만원 남짓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 근로자들의 입국과 신규 고용허가를 내주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관료들을 인용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엔 안보리 제재에 따르면 지난 9월부터 기존의 고용 계약 허가를 일부 존속하는 것을 제외하고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신규 고용 허가를 금지하게 돼 있다. 그러나 WSJ가 확인한 러시아 정부 자료에 따르면, 이 제재 결의 이후에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신규 북한 노동자가 러시아 내무부에 등록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또 러시아 노동부 기록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 최소 700명에게 러시아 내 신규 고용 허가가 내려졌다.
또 WSJ가 인용한 러시아 정부 기록에 따르면 북한인을 고용하는 일부 기업은 북한 사업체와의 합작 회사인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 또한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이다. 지난 8월 채택된 안보리 결의에서는 북한과의 신규 합작 투자를 금지했고 기존의 합작 투자 기업도 확대하지 못하도록 했는데, 이들 기업은 합작 규모를 오히려 늘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당초 유엔 안보리 제재에 따르자면, 러시아에서 기존의 연간 고용 허가가 만료되는 9월에 북한 노동자의 귀국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고, 다년 계약일지라도 2019년 말까지는 북한 노동자가 러시아를 떠나야 한다. 그러나 WSJ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내 북한인이 운영하는 기업들은 사업을 확장할 뿐 아니라 신규 고용허가와 신규 프로젝트 따내기에 열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비영리 국방연구기관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가 1일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정권은 여전히 노동자를 해외로 파견하고 있으며, 제재를 피해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 특히 이 보고서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와 시베리아 등에서 북한 노동자들과 계약하는 많은 업체가 제재를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건축업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북한 노동자의 고용을 알선하는 기업에 10만루블(약 178만원)을 지불하는데, 여기에 고용된 북한 노동자들의 실제 급여는 대략 1만6,000~2만루블(약 28~35만원) 사이로 공표돼 있다. 나머지 돈은 모두 북한 정부와 연결된 것으로 추정되는 기업이 가져간다. 한 고용주는 북한 노동자들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건설 붐을 지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그들은 쓰러질 때까지 일한다”라고 묘사했다. 북한 노동자들은 오전 7시에 건설현장에 도착해 밤 10시, 또는 자정까지 일한다. 휴게시간은 30분 식사 시간 2회 정도다.
WSJ가 인용한 한 미국 관계자는 북한 해외 노동자에 대한 제재가 전세계적으로 파견 노동자의 수를 줄이고 있지만, 러시아와 중국에서는 눈에 띄는 감소세가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중대한 제재 위반이 있을 가능성을 낮게 평가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유엔 관계자들은 이런 위반 의혹이 제재의 소수 예외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안보리 결의를 실제로 위반했는지 여부를 면밀히 조사 중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최근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제재를 제대로 적용하지 않고 우회로를 허용했다는 의심을 제기했다. 러시아 외무부의 공식 입장은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내무부와 외무부는 WSJ의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고, 북한의 제네바 유엔 외교대표부는 이와 관련해 아는 것이 없다고 응답했다.
미 국무부는 제재 이전까지 북한 노동자 10만여명이 해외로 파견돼 총 20억달러에 이르는 외화를 벌어들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폴란드, 쿠웨이트 등 북한 노동자 고용을 허가해 온 여러 국가들이 이들의 비자 연장을 취소했으며, 미국은 이런 조치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협상 참여를 이끌었다고 평가해 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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