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동서남북으로 몰카가 있어요”
지난 1일 트위터에 한 이용자가 올린 글이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프랜차이즈 음식점 화장실에 몰래카메라가 설치된 걸 봤다는 내용이었다. 이 트윗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9,300회 넘게 공유되며 빠르게 확산됐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본사가 경찰을 대동해 확인한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이용자는 사과의 뜻을 밝히며 부랴부랴 원래 글을 삭제했다. 그러나 음식점 점주는 법적 대응 의사를 밝혔다.
불법촬영(몰카)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SNS를 통한 관련 고발이 잇따르고 있는데, 이 가운데 몰카 오인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여성들이 몰카 범죄에 극도의 공포를 느끼는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무고한 업체들이 피해를 볼 수 있어 고발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지난달 30일 트위터에는 서울의 한 유명 커피전문점 화장실 환풍기에 몰카가 설치돼 있다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환풍기 주변에 난 구멍이 몰카 설치 흔적이라 주장하면서 해당 점포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 트윗도 SNS에서 9,000회 넘게 공유되며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자신을 인테리어 업계 종사자라고 소개한 이용자는 “천장에 나사가 있는 것은 솔직히 반 이상은 몰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환풍기를 설치하며 생긴 단순 나사자국으로 확인됐다.
나사 자국은 몰카 흔적으로 가장 많이 오인 받는 ‘주범’이다. 일부 여성들은 이런 구멍을 막기 위해 실리콘을 챙겨 다닐 정도다. 실제 몰카는 점점 다종ㆍ소형화하며 여성들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청이 지난해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최근 4년 동안 확인된 몰카 범죄 유형의 대다수는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직접 촬영(85%)이었다. 소형카메라 등을 이용한 위장 촬영은 전체의 5.1%에 불과했다. 공포와 현실 사이엔 약간의 괴리가 있는 셈이다.
표혜령 화장실문화시민연대 대표는 “여성들이 대체로 한 번씩 경험해 보는 범죄가 몰카”라며 “불법촬영 자체도 문제지만, 불법촬영에 필요한 초소형 카메라 등이 무분별하게 판매되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대해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다만 소형카메라를 실제 화장실에 부착해놓고 촬영하는 건, 사실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몰카 고발 시) 이런 점을 고려해 조금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여성들에겐 일상이 (몰카) 공포의 지대다. 불안감, 공포감,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라며 “(몰카 공포가 실존함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은 이런 공포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혼란을 가중시키는 식으로 여성을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여성 입장에선 구멍이 있으면 (몰카로)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이런 절박한 현실을 업주들이 이해해 화장실에 구멍 같은 게 있으면 미리미리 메워놓는 식의 ‘선제적 대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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