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도 왕이와 회동 의견 나눠
北 “中과 한반도 평화 토의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3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가 열리는 싱가포르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북측이 한국, 미국과의 양자회담 결단을 내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한국과 미국, 북한을 모두 만나 ‘중국 역할론’을 부각했다.
리용호 외무상은 이날 오전 5시 54분쯤(현지시간)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 도착해 오후부터 외교전에 돌입했다. 시내 소피텔 싱가포르 시티센터 호텔에 묵고 있는 리 외무상은 오후 1시쯤 숙소에서 아세안 관련 다자회의와 양자회담 등이 열리고 있는 엑스포 컨벤션센터로 이동했다.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 각국 취재진 40여명이 리 외무상을 좇아 질문을 쏟아냈으나 리 외무상은 아무런 답변 없이 자신의 일정을 소화했다.
리 외무상은 이날 팜빈민 베트남 외교장관을 만난 후 곧바로 오후 2시 40분쯤 중국 왕이 부장과 회동했다. 리 외무상을 수행 중인 정성일 전 주싱가포르 북한 대사는 밤 늦게 취재진에 “중국과는 조중 두 나라 사이 전통적인 친선관계를 더욱 확대, 발전시키는 문제와 조선반도의 평화보장 관련 전략전술적 협동을 강화하는 데 대한 문제를 토의했다”며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구축에 있어 중국과 보조를 같이할 것임을 확인했다. 북측은 이밖에 태국, 라오스, 인도네시아 등 7개국과 접촉했다.
마찬가지로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이날 오후부터 공식 일정에 돌입했다. 6ㆍ12 북미 정상회담 전후로 북측과 실무 조율을 담당했던 성김 주필리핀 미국 대사의 모습도 회담장 등에서 포착됐다. 다만 북미 양자회담 성사 여부는 아직 미정이다. 미국 측은 회동 용의를 내비치고 있으나 북측의 수락 의사를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남북 회동 성사 여부도 여전히 안개 속이다. 다만 외교부 당국자는 “너무 비관적으로 보진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북측 관계자도 ‘남북 회담이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한국 쪽에서 그렇게 봤다면 우리 입장도 같다”고 답했다.
중국은 이날 폼페이오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각각 만나며 종전선언 관련 발언을 이어갔다. 왕이 부장은 한중 회담에서 “종전선언은 한반도 비핵화를 견인하는 데 있어 긍정적이고 유용한 역할 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장관은 이에 “관련국 입장이 수렴될 수 있도록 중국도 필요한 노력을 해주길 요청한다”고 답했다. 왕이 부장은 전날에도 남ㆍ북ㆍ미ㆍ중 4자 간 종전선언 구상에 대한 참여 의지를 우회적으로 드러내,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있어 보다 적극적으로 지분 확보를 시도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싱가포르=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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