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협상 교착 장기화 대비 시사 관측
폼페이오 "대북제재 철저 이행" 거듭 강조
한미 외교장관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4일 싱가포르에서 양자 회담을 하고 남북 및 북미 간 접촉 동향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오전 8시 20분부터 약 30분 간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비공개 양자 회담을 진행했다. 우리 측은 외교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윤순구 차관보 등이, 미국은 성김 주(駐)필리핀 대사, 패트릭 머피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 등이 배석했다. 양국 장관 만남은 지난달 20일 미국 뉴욕에서 이뤄진 지 약 2주 만이다.
두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남북 정상의 판문점선언 및 북미 정상의 ‘센토사 공동성명’ 이행을 위해 한미가 긴밀히 공조해 나가자”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에서는 또 강 장관이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 대(對)이란 제재 복원, 자동차 수출입 등 문제에 관한 우리 측 입장을 설명했고, 폼페이오 장관은 이에 이해를 표하며 관계부처와 필요한 협의를 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 보름 만에 만난 양국 장관이 북한 비핵화의 어려움을 새삼 토로하면서 교착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 모색 기간이 길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6ㆍ12 북미 정상회담 합의 사항 중 하나인 미군 유해 송환이 신뢰 구축 차원에서 지난달 27일 일단 이뤄지긴 했지만, 여전히 양측은 핵ㆍ미사일 관련 시설 목록 신고 등 북한의 비핵화 조치 이행과 대북 안전보장 조치인 6ㆍ25전쟁 종전(終戰)선언의 선후를 두고 기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미국의 공세가 매섭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2일 부임 이후 한국 언론과의 첫 간담회에서 ‘핵 시설 명단 제출’을 종전선언의 전제 조건으로 공표한 데 이어, 3일(미 현지시간) 러시아 은행 등 새로운 제재 대상을 추가 지정, 대북 압박 수위를 올렸다. 미국 측은 유엔 회원국 대상 대북 제재 의무 환기에 이번 회의 기간을 활용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대화보다는 제재를 통해 북한의 핵 신고를 유도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듯하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한미 회담 뒤 단독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북한 비핵화를 추진하기 위해 유엔 대북 제재의 철저한 이행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이 동의한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위해 외교적, 경제적 압박을 유지할 필요성을 강조한다”며 “이는 미국뿐 아니라 아세안 내 우리의 파트너 및 동맹국의 안보에도 중요한 일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제재 공조를 재차 요청한 것이다. 그는 “우리가 이것(비핵화)을 타임라인 안에 해낼 거라는 데 낙관적”이라고 덧붙이며 제재망 정비가 협상력 강화 차원임을 시사했다. 싱가포르=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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