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석상서 건네 카메라에 포착
대화 동력 유지 위한 연출 가능성
폼페이오, 리용호 등 두드리기도
북미 양자회담은 불발
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수행한 성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가 리용호 북한 외무상에게 의문의 서류 봉투를 전달했다. ARF 계기 북미 양자 회담은 불발했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이 자리에서 리 외무상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ARF는 유일하게 북한이 참여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다자안보협의체다.
이날 오후 2시(현지시간)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시작된 ARF 회의 자유토론 세션에서는 김 대사가 리 외무상에게 얇은 회색 서류 봉투를 전달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전달은 세션 도중 기념 촬영이 끝난 뒤 리 외무상을 비롯한 외교장관들이 단상 아래 의자에 착석하기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두 사람의 모습을 포착한 사진 속에서 김 대사는 리 외무상이 봉투 겉면을 살피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이 현장 바로 옆에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앉아 있었다.
리 외무상은 봉투를 받은 다음 왕 부장의 옆자리에 앉아 봉투 안쪽을 슬쩍 들여다보기도 했다. 봉투가 봉합돼 있지 않아 손쉽게 열어볼 수 있었을 듯하다. 봉투 두께로 미뤄 들어 있는 서류는 1~3장에 불과할 것으로 짐작된다.
전달 직후 봉투 안 서류가 뭔지 추측이 분분했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오늘 아세안에서 내 북한 상대인 리용호 외무상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며 “우리 미국 대표단은 김정은 위원장의 서한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답신도 전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일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전해진 김 위원장의 세 번째 친서에 대한 답서라는 뜻이다. 답신에 담긴 메시지 경중과 상관없이 취재진이 몰리는 시점을 택해 공개석상에서 봉투를 전달한 데에는 일부러 전달 모습을 노출해 북미 간 대화 모멘텀(동력)을 유지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폼페이오 장관과 리 외무상은 이날 외교장관 기념 촬영 직전 단상 위에서 조우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리 외무상에게 먼저 다가가자 두 사람은 웃으며 악수했고, 이 과정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리 외무상의 등을 두드리며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싱가포르=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