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문제 모르는 어린이 대상
日 정부 견학 행사에 코너 꾸며
단파방송 통해 응원도 송출
지난 2일 오전 총리관저 맞은편 내각부 청사 로비에선 여중생들이 부모 손을 잡고 들어서는 어린이에게 납치문제를 소개하는 팸플릿을 나눠주고 있었다. 이날과 전날 내각부에서 진행된 ‘어린이 가스미가세키(도쿄 내 정부청사 밀집지역) 견학데이’ 행사 중 납치문제 코너에서 자원봉사요원으로 참여한 학생들이었다.
행사장에 들어서자 어린이들과 부모들이 색종이로 파란 리본을 만들고 있었다. 파란 리본은 일본인 납북 피해자와 가족을 갈라 놓은 동해 바다와 이들을 연결해 주는 파란 하늘을 의미한다. 파란 리본은 결국 납치 피해자들의 귀국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유치원생 딸과 함께 온 30대 여성은 “딸이 나중에 파란 리본을 엄마와 함께 만든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면, 납치문제에 보다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대북 단파 라디오방송인 ‘고향의 바람(ふるさとの風)’ 가설 부스는 내각부 납치문제대책본부 관계자와 어린이, 자원봉사요원 등이 행사 진행자가 되어 납치 피해자들에게 응원 메시지를 전하는 자리였다. 아빠 손에 이끌려 부스에 올라온 유치원생 남매는 행사에 참가한 소감을 묻자 “파란 리본 만들기가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또 북한에 잡혀간 피해자들을 향해서는 “힘내세요”라고 덧붙였다. 가설 부스 옆에는 참가자들이 만든 파란 리본과 “메구미(대표적 납북 일본인 피해자)의 귀국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어요”, “힘들더라도 계속 살아있어 주세요. 기다리고 있어요” 등의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일본 정부는 실제 ‘고향의 바람’이란 방송을 일본어와 한국어로 송출하고 있다. 일본과 북한의 상황과 가족, 지인들의 메시지,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일본 노래로 구성된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어린이들의 메시지도 녹음돼 조만간 송출될 예정이다. 13세 때 북한에 납치된 요코다 메구미(横田めぐみ)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책과 애니메이션, 납치문제에 대한 퀴즈를 풀 수 있는 태블릿 PC 등도 행사장에 마련돼 납치문제에 대한 이해의 벽을 낮췄다.
아들과 함께 온 40대 남성은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선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아이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이런 체험학습은 의미가 있다”고 했다. 내각부 관계자는 행사 취지에 대해 “2차 북일 정상회담이 열린 2004년 이후 태어난 세대들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를 잘 모른다”며 “어린 세대들이 일본의 가슴 아픈 기억인 납치문제를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 행사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중학생들이 자원봉사요원으로 참여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2007년부터 시작된 내각부의 견학 행사는 매년 조금씩 주제들이 바뀌어 왔다. 올해는 납치문제 외에 북방영토, 자위대 평화유지군 활동, 원폭 등이 포함됐다.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주제들인 만큼 구체적인 설명보다 부모와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체험의 장으로 꾸며졌다. 그 꾸준함과 소박함이 역설적으로 자신들이 남기고자 하는 역사를 후세에 전달해 오고 있는 일본의 치밀함을 설명해 주는 듯 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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