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징용재판거래 연루 의혹
‘법관사찰 문건’ 부장판사도 조사
김기춘(79)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석방 사흘 만에 다시 검찰에 불려 오는 처지에 놓였다. 검찰은 박근혜 청와대와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에 김 전 실장이 개입한 정황을 포착해 소환 조사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김 전 실장을 9일 오전 9시30분 출석하라고 통보했다”고 7일 밝혔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한 소송을 놓고 청와대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거래하는데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일 외교부를 압수수색한 검찰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013년 10월 청와대를 방문해 주철기 당시 외교안보수석과 만나 징용소송에 대해 논의하고 법관의 유엔대표부 파견 협조를 요청한 내용이 담긴 문건을 확보했다. 주 전 수석은 두 사람의 면담 내용을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주 전 수석이 김 전 실장 지시를 받아 움직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도 청와대와 법원행정처가 사실상 재판 거래를 한 정황이 담긴 다수의 문건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구속수감돼 재판을 받다가 지난 6일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김 전 실장은 다시 피의자로 입건될 상황이 됐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대상자”라고 선을 그었지만 피의자 전환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석방 이후 심장 및 피부질환 등으로 병원 검진을 다니고 있는 김 전 실장이 건강 문제로 출석을 거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편, 검찰은 법관 사찰 정황이 담긴 문건을 다수 작성한 김모 부장판사도 8일 소환 조사한다. 김 부장판사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법원행정처 기획1ㆍ2심의관으로 근무하면서 상고법원 반대 취지 칼럼을 기고한 판사 동향 등을 파악한 문건을 작성하고, 지난해 2월 법원행정처를 떠나며 2만5,000여개의 파일을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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