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의 어린이집 원장 횡포
교사 계좌에 최저임금 입금 뒤
15만~25만원 현금으로 돌려받아
교사들 신고하거나 노조 가입 땐
‘블랙리스트’ 올라 재취업 어려워
경기 남양주시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 A씨의 통장에는 올 들어 매월 25일 146만9,470원의 월급이 입금된다. 올해 인상된 법정 최저임금(시간당 7,530원)에서 세금을 뺀 액수다. 하지만 A씨는 바로 다음날 이중 130만원을 제한 차액, 16만9,470원을 원장에게 현금으로 전달한다. 같은 어린이집 교사 B씨는 주임교사인 A씨와 달리 평교사여서 120만원을 제한 26만여원을 현금으로 원장에게 돌려주고 있다. 어린이집이 법정 최저임금을 준수하는 것처럼 포장을 하지만, 실제로는 ‘페이백’ 방식으로 임금 착취를 하는 것이다.
9일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이하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남양주시 한 아파트단지 내 가정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은 최저임금을 위반했다는 등의 이유로 지난 7일 이 어린이집 원장에 대해 고용노동부 의정부고용노동지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보육교사들에 따르면 원장은 매월 25일 교사 계좌에 법정 최저임금을 입금했지만, 실제로는 ‘주임교사 130만원, 평교사 120만원’의 월급을 정해 두고 차액인 15만~25만원 가량을 다음날 현금으로 돌려 받았다.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된 올해만의 얘기가 아니다. 주임교사를 기준으로 지난해에는 ‘실제 월급’이 110만원, 그 전 해에는 100만원이었다. 그렇게 통장에 들어오는 최저임금과의 차액은 매년 20만원 안팎에 달했다.
참다 못한 교사들이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하자 원장은 교섭을 거부하고 노조 탈퇴를 종용했고, 원아를 맡긴 학부모들에게 교사들의 노조 가입 사실을 알리며 퇴소를 권유했다. 노조가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할 움직임을 보이자, 원장은 지난 6일 그동안 부당하게 가져갔던 페이백 임금을 갑자기 돌려준 뒤 “휴원하고 어린이집을 매각하겠다”고 통보했다.
페이백을 통한 교묘한 최저임금 위반은 어린이집 업계의 오랜 관행이다. 정도만 다를 뿐 전국 상당수 어린이집에서 이 같은 불법이 자행되고 있다는 게 보육교사들의 설명이다. A씨는 “근방 어린이집 중 보육교사 면접을 보러 가면 이런 페이백 조건을 먼저 요구하는 원장들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서진숙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의장 역시 “경기ㆍ인천 지역 어린이집에서 유사한 일들이 많이 보고되는 게 사실이지만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도 종종 보고가 들어온다“며 “특히 영세한 규모의 가정 어린이집에서 더 잦다”고 말했다.
보육교사들에 따르면 페이백은 기본급을 돌려 받는 형태 외에도 수당의 일부나 4대 보험료를 돌려받는 등의 다양한 형태로 암암리에 시행된다. “교사가 나이가 들어 취업이 어렵다든지 불리한 조건이 있으면 이 같은 부당한 요구를 더 많이 받게 된다”고 서 의장은 전했다. 현재 어린이집은 원아 수에 따라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육료를 받아 운영하는데, 이런 방식으로 보육교사에게 지급돼야 할 지원금을 원장이 착복하는 것이다.
하지만 보육교사 대부분은 이 같은 원장의 횡포를 신고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신고를 하거나 노조에 가입하면 원장들이 공유하는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재취업이 어려울 거라는 불안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재 전국의 보육교사 수는 24만명에 이르지만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한 교사 수는 300명도 채 안 된다.
김요한 공공운수노조 전략조직국장은 “최저임금법 위반은 3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는 중한 범죄인데도 보육교사의 불안정한 지위를 악용해 페이백을 요구하는 어린이집이 상당히 많다"면서 "최근 보육교사들의 휴게시간 보장과 관련 고용부가 근로감독에 나서겠다고 밝혔는데, 이 같은 페이백 관행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근로감독과 실태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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