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차 경찰관의 폭로로 ‘갑질’ 논란(본보 7일자 12면 보도)에 휩싸인 경찰 간부가 대기발령 조치됐다.
경기남부청은 문책성 인사를 단행, S경찰서 A과장의 보직을 박탈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은 문제가 불거진 뒤 병가를 냈던 A과장이 16일 복귀하면 사실관계를 확인해 징계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S경찰서장 등이 직원들의 호소를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도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경찰은 A과장과 근무했던 직원들로부터 A4용지 2장 분량의 피해 내용을 받아둔 상태다.
그의 행태는 S경찰서 한 경찰관이 지난 3일 내부망에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29년째 경찰관으로 복무 중인 직원 B씨는 글에서 “A과장이 지난달 초 ○○업무문서를 작성한 직원에게 화를 내며 ‘방위가 해도 이 것보다 낫겠다’는 모욕적인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업무로 출장 가는 담당자에게 자신의 이름을 명단에 올리도록 하고, 개인 세탁 심부름도 수 차례 시켰다”고 폭로했다.
글에는 A과장이 부하 직원들에게 이른 새벽 자신의 집 근처로 데리러 오라 수 차례 시켰다거나 지난 6ㆍ13지방선거일에는 상황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무단 철수를 지시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신혼인 직원에게 결혼휴가를 길게 다녀왔다며 하반기 인사 때 다른 곳으로 보내겠다 하고, ‘△△계’ 직원들이랑 밥 먹으면 ‘재수없고 밥맛 떨어진다’는 막말을 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자신을 다른 부서로 내보내려 경찰서장 등에게 3번이나 불려가게 만들기도 했다는 게 B씨의 하소연이었다.
B씨는 공직기강을 감독하는 청문감사관 등에게 A과장이 부임한 이후 벌어진 상황을 정리해 전달했으나 “조용히 자체적으로 좋게 해결하라”는 윗선의 지시도 있었다고 했다. A과장은 이 경찰서 전 청문감사관이었다.
S경찰서 관계자는 “직원들을 다독인 적은 있으나 덮으려 한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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