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금정산의 한 사찰에서 기르는 개가 절방까지 들이닥친 멧돼지와 맞붙어 주인을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3일 부산야생동물보호협회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9시 20분께 부산 동래구 금강공원 내 소림사 인근에서 홀로 야간산행을 하던 여성이 멧돼지 3마리와 조우했다.
놀란 여성이 "살려달라"고 큰소리치자 흥분한 멧돼지가 여성에 달려들었다.
때마침 그 광경을 본 소림사 여신도 김모(63)씨는 곧장 절에서 기르는 개 '태양이'의 목줄을 풀었다.
멧돼지 시선을 돌릴 목적이었다.
김씨의 예상대로 멧돼지가 방향을 돌려 태양이에게 달려들자 김씨는 막대기를 휘두르며 멧돼지를 위협했다.
멧돼지가 주춤하자 김씨는 태양이에게 "뛰어라"고 말하며 절방으로 뛰기 시작했다.
김씨는 "태양이가 나를 보호하기 위해 멧돼지를 유인하려고 했는지 절방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뛰었다"며 "근데 멧돼지 한 마리가 나를 따라 절방으로 뛰어오자 태양이도 방향을 바꿔 따라 들어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태양이는 앞서 절방으로 뛰쳐 온 멧돼지와 뒤엉켜 한판 싸움이 벌였다.
생후 1년 남짓 된 코카스 파니엘 종인 태양이는 50∼60㎝의 작은 체구에도 몸집이 1m가 넘는 멧돼지에 밀리지 않고 버티며 김씨가 다른 방으로 몸을 피할 때까지 싸웠다.
태양이의 희생에 여성 등산객과 김씨는 무사했지만 태양이는 멧돼지에 엉덩이와 다리 부위를 수차례 물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태다.
김씨는 곧장 태양이를 안고 동물병원으로 데려갔으나 200만원이 넘는 입원치료비에 엄두를 내지 못한 채 간단한 응급조치만 받고 현재 매일 통원치료하러 다니고 있다.
소림사에서 30년간 보살 생활을 한 김씨는 "사람이 해를 당하는 것보다 낫겠다는 생각에 태양이 목줄을 풀었는데 너무 마음이 아프고 내 생명을 구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달려드는 멧돼지를 본 뒤 놀라 심장이 떨리고 밤에 잠을 자지 못한다는 김씨는 "평소에도 멧돼지가 자주 나타나 몹시 겁이 난다"며 "부산시나 구청에서 무슨 수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 신고로 유해조수기동포획단이 소림사에 왔지만 이미 멧돼지는 달아난 뒤였다.
최인봉 부산야생동물보호협회 회장은 "산행 중 멧돼지를 만나면 소리를 지르거나 자극해서는 안 되며 침착하게 뒷걸음치며 현장을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며 "금정산 주변에 멧돼지 출몰이 잦아 가급적 야간산행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2015년 11월 21일에는 경북 군위군 소보면의 한 야산에서 산행하던 50대 여성이 달려든 멧돼지에게 허벅지와 종아리 등을 물려 숨진 일도 있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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