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 “남성 권력 편향적인 판결
乙의 위치에 있는 여성 현실 외면
23년전 첫 성희롱 재판보다 후퇴”
수행비서 성폭력 혐의를 받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게 ‘무죄’가 선고되면서, 안 전 지사의 성폭력 사실을 폭로했던 피해자 김지은(33)씨의 입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씨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 서부지법에서 진행된 결심공판에 출석해 법원의 판결을 직접 들었다. 김씨는 재판부의 판결에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판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입장문에서 “어둡고 추웠던 긴 밤을 지나 여기까지 왔다”고 입을 뗀 김씨는 “무서웠고 두려웠다, 침묵과 거짓으로 진실을 짓밟으려던 사람들과 피고인의 반성 없는 태도에 지독히 아프고 괴로웠다”면서 그간의 심정을 밝혔다.
무죄 판결에 대해서는 “재판정에서 (판사가) 피해자다움과 정조를 말할 때, 이미 예견된 결과였을지도 모르겠다”면서도 “지금의 이 부당한 결과에 주저앉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면서 “굳건히 살아서 안희정의 범죄 행위를 법적으로 증명할 것이고, 권력자의 권력형 성폭력이 법에 의해 정당하게 심판 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 서부지법에서 형사합의 11부(부장 조병구)에 의해 진행된 안 전 지사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 사건 결심공판에서 법원은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증거가 부족하고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다”며 혐의 전부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는 선고 직후 서부지법 앞에서 무죄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씨의 대리를 맡은 정혜선 변호사는 “법원은 피고인 증거들을 너무도 쉽게 배척했고, 사건에 대한 이해없이 무죄추정원칙과 죄형법정주의에만 입각해 판결을 내렸다”며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기 때문에 즉시 항소를 하고 상급심에서 제대로 된 판결이 내려질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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