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광장 등 준비 정황 포착
예년보다 연습 인원 크게 줄어
남북ㆍ북미 간 대화 분위기 감안
ICBM 등 자극적 무기 동원 안할 듯
내달 9일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일(9ㆍ9절)을 앞두고 열병식 준비로 추정되는 북한 동향이 파악되고 있다. 군(軍) 검열 의식인 열병식을 북한은 줄곧 군사력 과시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다만 남북ㆍ북미 대화 분위기를 의식한 북한이 예년보다 절제된 ‘로키(low-key)’ 행사를 치를 개연성이 있다.
14일 미국 관영 방송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김일성 광장에 직사각형 형태로 도열한 인파 수천명이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 랩스’가 11일 오전 10시 54분 촬영한 평양 일대 사진에 포착됐다. 인파는 광장 중앙에 집중됐고, 이들이 모인 자리에는 붉은색과 노란색이 어우러졌다. 붉은색 꽃을 든 대규모 군중의 일부가 무리 중간에서 노란색 꽃 등으로 대형 문구를 만드는 건 과거 북한 열병식 준비 과정에서 통상 볼 수 있던 모습이라고 방송은 전했다.
사진을 보면 광장은 10%만 채워졌다. 광장 전체가 붉게 물들던 예년과 다른 모습이지만 열병식 규모의 축소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방송은 설명했다.
이뿐 아니다. 12일 평양 미림비행장 북쪽 광장을 찍은 위성사진에서도 열병식 준비 정황이 드러났다고 방송은 보도했다. 해당 장소에서 확인된 물체들이 군인이나 차량 같다는 게 방송의 주장이다.
한미 군 당국도 북한이 열병식을 준비 중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미림비행장에서 최근 1만여명 규모의 병력과 지상군 장비를 식별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9ㆍ9절은 열병식이 열릴 법한 날이다. 북한은 5, 10년 단위로 꺾이는 정주년(整週年) 때 기념일을 더 크게 기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2012년 4월 100주년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 2013년 7월 60주년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같은 해 9월 65주년 9ㆍ9절, 2015년 70주년 10ㆍ10절(노동당 창건일), 지난해 105주년 태양절, 올해 2월 70주년 건군절(인민군 창설일) 때 열병식을 했다.
다만 완전한 해빙 국면이 아니던 2월 건군절 때처럼 요란한 열병식이 되지는 않을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국이나 국제사회를 자극할 만한 전략무기가 등장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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