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여름 축제인 제46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가 15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막을 올렸다. 37도에 육박하는 폭염에도 학부모와 관계자들을 비롯한 300여명의 관중은 스탠드를 지키며 프로야구 신인 2차 드래프트(9월 10일)를 앞두고 열리는 올해 마지막 전국대회에 큰 관심을 보였다. 대회 운영본부와 심판진은 선수들의 건강을 고려해 3회와 6회 두 차례 클리닝 타임을 마련하는 등 무더위에 만전을 기했다.
오전 9시 열린 개막 첫 경기에선 강원의 다크호스 강릉고가 경북 문경의 ‘공부하는 야구학교’ 글로벌선진학교를 제압했고, 두 번째 경기에선 백송고가 청담고를 상대로 올해 전국대회 첫 승의 감격을 누렸다. 김기덕 백송고 감독은 “선수들이 합심해 첫 승을 거둬 기쁘다. 다음 상대인 경북고만 넘는다면 8강까지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릉고 5-2 글로벌선진학교
강릉고는 1회말 공격에서 톱타자 고명규(3년)의 볼넷과 도루, 내야땅볼 2개로 가볍게 선취점에 성공했다. 이어 4번 김주범(2년)의 좌전 적시타로 2-0을 만들었다. 5회에는 1사 후 9번 오세현(2년)의 내야안타를 시작으로 고명규와 2번 홍종표(2년)의 3루타, 3번 최차현(3년)의 우전안타까지 연속 4안타가 터지며 3점을 보태 승기를 잡았다. 강릉고의 두 번째 투수 신승윤(3년)은 4이닝 동안 볼넷 1개만 내주고 3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해 승리투수가 됐다.
글로벌선진학교는 비록 1회전에서 짐을 쌌지만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2점을 따라붙는 등 만만치 않은 경기력을 과시했다. 야구단 창단 7년째인 글로벌선진학교는 국제화 대안학교로 졸업생 40% 이상이 ‘아이비리그’를 포함한 미국 50위권 명문대학에 진학하는 학교다. 야구부원들도 원어민 교사가 진행하는 영어 수업에 의무적으로 참석하며 수학 시간에도 영어로 배운다. 야구 선수들끼리로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정도다. 그런데 이제 야구 기량까지 엘리트 수준으로 향상된 것이다. 정현발 신임 감독에게 지휘봉을 내주고 사직한 최향남 감독은 “내가 할 일은 다 했다. 선수들이 이만큼 성장한 것만으로 뿌듯하다”고 말했다.
백송고 3-2 청담고
‘초보’ 팀끼리의 대결에서 백송고가 웃었다. 경기 고양의 백송고는 2015년 전국 68번째 고교 팀으로, 평택 청담고는 2016년에 71번째로 각각 창단한 팀이다. 백송고는 창단하자마자 2016년 전반기 주말리그에서 우승하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다가 이날 봉황대기에서 첫 승을 거두며 제2의 도약을 기대하게 됐다. 백송고는 1-1로 맞선 5회초 1사 후 1번 우휘창(3년)이 볼넷을 고른 뒤 3번 김성헌(3년)의 내야안타에 이어 4번 조용진(3년)의 중전 적시타로 균형을 깼다. 5회와 6회에도 1점씩을 보탠 백송고는 짜릿한 1점 차 승리를 거뒀다. 백송고 선발 조영건(3년)은 6.2이닝 동안 탈삼진 8개를 곁들이며 2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해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조영건은 청주고를 다니다가 2학년 때 이 학교로 전학을 가면서 유격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선수다.
청담고 4번타자 최현빈(3년)은 1-3으로 뒤진 9회말 1사 후 좌월 솔로 아치(비거리 110m)를 그려 대회 1호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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