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기록 남지 않는 장소 선택
檢, 김기춘 재판거래 개입 정황 판단
김기춘(79) 당시 박근혜 청와대 비서실장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대법원ㆍ외교부 3자 회동 자리를 마련한 2013년 12월 당시 차한성(64) 당시 법원행정처장(대법관)에게 직접 전화해 비서실장 공관으로 불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를 김 전 실장이 강제징용 소송 관련 재판거래에 직접 개입한 정황으로 보고 있다.
15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전날 오전9시30분 김 전 실장을 불러 이날 오전1시30분쯤까지 강제징용 소송과 법관 해외파견을 두고 양승태 대법원과 거래했는지 여부 등을 집중 추궁했다. 김 전 실장은 차 전 처장과 회동 사실을 시인하고 “(차 전 처장과) 본래 알지 못하던 사이였다”며 “전화번호를 구해 직접 차 처장을 불러들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3년 12월1일 일요일 오전 출입기록이 남지 않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으로 당시 차 처장과 윤병세 외교장관을 불러 강제징용 소송 관련 3자 회동을 가진 것은 김 전 실장도 부적절한 자리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김 전 실장은 이 자리에서 차 전 처장에게 강제징용 소송 지연 및 판결 번복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월 1일이라는 시점도 의미심장하다. 통상 4개월인 ‘심리불속행 기각’(형사 사건을 제외한 2심 판결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심리하지 않고 상고 기각하는 제도)’ 결정 기한인 2013년 12월 중순 직전에 차 당시 처장을 상대로 담판을 지은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실장의 요구를 당시 대법원이 받아들인 셈이다. 법원 측 요구사항인 법관의 해외 공관 파견은 회동 당시 논의되진 않았지만, 2010년부터 중지됐던 법관들의 해외공관 파견은 이듬해 2월 재개됐다.
앞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ㆍ2심은 피해자 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2012년 5월 대법원 소부는 하급심 판결을 뒤집고 사상 최초로 일본 전범기업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2013년 8월 대법원에 재상고됐지만, 대법원은 파기환송심 취지대로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리지 않고 5년간 결론을 내지 않다가 최근에야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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