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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소리 좀 줄였으면…” “아이의 실수에 너그러웠으면…”

입력
2018.09.08 09:00
수정
2018.09.08 14:5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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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만은 지켜주세요

전자기기 소음, 미국서도 논쟁거리

조용한 장소서 소리 키우면 고통

“보호자가 아이들에 잘 설명해야”

아이와 부딪혀 유리컵 깨졌지만

보호자가 화를 낸 난감한 경험도

| 조금만 양보해주세요

다자녀 시민은 사회적 약자 속해

아이에 엄격한 기준 요구 불합리

“배우고 이해할 시간 배려했으면”

‘왜 기저귀를 공공 장소서 가느냐’

비난 하기에 앞서 시설확충 시급

일러스트=신동준 기자
일러스트=신동준 기자

남녀 시민 9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는 모성 혐오표현 및 노키즈존에 대한 인식을 확인하는 가운데 응답자들에게 공공시설 및 영업장에서 조화로운 공존을 위한 당부, 해법을 물었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사회범절이자 상식의 영역이지만 자주 놓치는 배려로 공통 지목된 내용을 정리했다.

“전자기기 소리 줄였으면”

조화로운 공존을 위해 하고 싶은 당부를 묻는 말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스마트폰’ ‘만화’ ‘게임’ 등 이었다. 아이고 어른이고 조용한 장소에서 통화를 큰 목소리로 하거나, 혼자 보는 영상물 소리를 키울 경우 주변에 고통을 주는데, 이를 아직 잘 모르는 아이들에게 동반한 어른들이 침착히 설명했으면 한다는 것. 전자기기 소리는 미국에서도 ‘차일드 밴(Child banㆍ특정 연령 이하 아이 입장 거부)’ 논쟁의 단골 소재다.

안전 및 위생과 관련된 당부도 자주 나왔다. 한 20대 대형마트 직원은 “보호자들을 무조건 무개념으로 모는 우리 사회의 각박한 시선에 반대한다”고 선을 긋고서 “다만 매장에서 바퀴가 달린 신발, 장난감 등을 타고 질주하거나 진열대에 부딪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너무 놀란다”고 말했다. 예의도 예의지만 이를 지켜보는 주변 어른들과 보호자들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의 안전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조금 더 가졌으면 좋겠다는 지적이다.

수도권에서 브런치 카페를 운영한다는 한 30대는 안전사고를 자주 겪은 터라 긴 당부를 보탰다. “식당, 카페는 보호자들에게 안전해 보일지 모르지만 모든 부분이 위협적인 공간입니다. 테이블 모서리만 하더라도 아이가 뛰다가 가슴, 이마 및 안면부 등으로 부딪히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항상 홀에서 오가는 뜨거운 음료가 쏟아지는 등 화상의 위험성, 유리컵이나 화분이 떨어져서 부상당할 우려, 테이블이나 의자에서 넘어져 다칠 가능성 등이 산재합니다. 힘든 육아지만 용기를 내시고 서로의 입장에 조금씩 더 신경을 써나간다면 우리는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무조건 우리 일행 편 들기”도 다른 이용객의 마음을 돌려세우는 대표 행동이다. “아이의 행동에 심한 말이나 욕을 하는 이들에 반대한다”는 한 20대 여성은 “아르바이트 도중 직원들이 자제를 요청했는데도 뛰던 아이와 부딪혀 유리컵이 깨지고 음료, 디저트가 떨어진 상황에서 보호자들이 도리어 화를 내 난감한 경험을 했다”며 “누구든 실수를 하더라도 반사적으로 자신의 일행 편만 드는 일은 자제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아이도 배워 가는 중입니다”

아이 동반 이용객을 위한 당부를 묻는 말엔 이구동성으로 “혐오 발언 자제했으면” “눈총 주지 말았으면” “아이의 실수에 너그러웠으면”이란 응답이 이어졌다. 전반적 인식 개선부터 시급하다는 얘기다. 1세와 12세 두 아이를 둔 40대 남성은 “지난해 가을 한 뷔페식당에서 다자녀 가정이 식사하는 모습을 보고 옆 테이블 젊은 남녀가 ‘저렇게 많이 낳았다는 건 미개하다’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자녀 동반 가족들이 더 이상 타인의 멸시 어린 시선과 멸칭으로부터 벗어나, 어떤 장소든 이용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시민사회의 올바른 구성원으로 자라려면 사회적 뒷받침이 있어야죠. 돌발 행동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고요. 우리는 모두, 그런 어린 시절을 겪었고 다양한 사회화 과정을 통해 어른이 되었음을 상기했으면 합니다.”

서툴러도 “아직 배워가는 중”임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는 당부도 자주 나왔다. 자녀가 없다는 한 30대 여성 응답자는 “50년 산 어른들도 공공질서 안 지키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10년도 살지 않은 아이에게 어른과 같이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우리가 아이에게 제발 배우고 이해할 시간을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이를 데리고 있는 시점에서 유자녀 시민은 사회적 약자에 속하게 됩니다. 아이가 있으면 더 방어적이 되고 날카로워지는 건 어쩔 수 없잖아요. 우리 모두 자신이 어렸을 때 얼마나 천둥벌거숭이였는지를 돌이켜봤으면 해요.”

남녀 화장실 모두에 기저귀 교환대를 설치하는 등 시설 확충도 시급한 개선 사항으로 언급됐다. 한 30대 여성은 “프랑스인 남편, 한국인 아내인 친구 부부가 아이와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이유식도 먹이고 불편함이 없다가 딱 한 가지를 하지 못했다고 놀라더라”며 “바로 남성 화장실에만 기저귀 교환대가 없다는 점”이라고 했다. 왜 기저귀를 공개된 장소에서 가느냐고 비난만 하기에 앞서, 전반적으로 충분치 않은 기저귀 교환대, 수유실 등의 상황을 돌아보고 그조차도 여성 화장실에만 구비된 모순을 함께 점검했으면 한다는 지적이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너무 웅크리지 마세요”

‘서로에게 하고 싶은 당부’를 물은 설문의 마지막 문항 응답에선 공통된 우문현답이 쏟아졌다. 우리 시대 부모들을 향한 위로, “너무 안절부절 못하지 마세요”라는 말이다. 각종 온라인 게시판과 댓글창에는 낯선 이들의 혐오만 범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를 조용히 지켜봤던 다수의 이웃은 ‘자녀 동반 이용객’들에게 하고 싶은 당부를 묻자 약속이라도 한 듯 따뜻한 응원의 목소리를 보탰다.

“너무 애쓰지 말았으면 합니다. 요즘 사소한 것들도 눈총받는 사회인데 너무들 눈치를 보게 되니 아이들을 더 강압적으로 저지하는 보호자도 있습니다. 마음이 불편함은 이해하지만 서로 조금 더 당당하고 편안한 마음이 됐으면 좋겠어요.” (20대 응답자)

“아이의 성장은 어른이 원하는 것처럼 아름답거나 감동적이지 않잖아요.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노래를 부르고, 울고, 떼쓸 수도 있습니다. 보호자도, 지켜보는 이들도 이를 성장 과정의 일부로, 지극히 정상적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으면 합니다.” (두 아이의 엄마인 30대 응답자)

“당신은 ○충이 아닙니다. 기죽지 마세요. 오히려 이런 말이 두려워 조급하게 아이를 교육하는 보호자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책으로 수천 번을 봐도 정작 현실에 적용시켜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어른에게조차 힘든 일이잖아요. 목소리 크기를 조절하는 것도 인내하는 것도요. 아직 낯설고 서툴더라도 모두가 너그러이 이해하는 사회를 함께 기다려요.” (자녀가 없다고 답한 20대 응답자)

“보호자는 만능 인간이 아닙니다. 돌발적인 아이들을 늘 완벽하게 돌보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죠. ○충 소리가 두려워 주눅 들어 있을 필요 없습니다. 그저 평소대로, 엄마이기만 하면 됩니다.” (30대 응답자)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기사 본문에서는 ‘○충’과 같은 혐오표현을 모두 복자(伏字) 처리 하거나 ‘모성 혐오 표현‘ 등으로 대체해 표기했습니다.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적이더라도 해당표현을 반복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취지입니다. (설문결과를 보여주는 시각물상 질문 원문에만 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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