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익범 특별검사팀이 15일 ‘드루킹’ 김동원씨의 댓글조작에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17일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서 김 지사의 구속 여부가 이번 특검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25일로 끝나는 특검 수사 기간 연장도 구속 여부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특검팀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 드루킹이 운영하는 경기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를 찾아 댓글조작 프로그램인 ‘캥크랩’ 시연을 본 뒤 사용을 승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드루킹 주변의 진술과 그동안 확보한 정황 증거만으로 혐의 입증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김 지사는 출판사를 찾은 적은 있지만 킹크랩과 같은 매크로 프로그램 시연은 본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쪽의 진술이 크게 엇갈리는 만큼 영장심사에서 특검팀과 김 지사 측이 ‘벼랑 끝 법리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영장이 기각되면 특검이 정치적 목적으로 무리한 수사를 벌였다는 지적을 받게 되지만, 발부되면 김 지사는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법원의 판단이 그만큼 중요하게 됐다.
김 지사 조사를 마친 뒤 신병 처리를 놓고 고심해온 특검팀이 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한 것은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한다. 두 차례의 밤샘 조사에서 김 지사는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했다. 하지만 현직 도지사로서 신원이 명확하고 특검 수사에 적극적으로 응한 점 등은 구속 가능성을 떨어트리는 요소다. 드루킹이 김 지사와 대질신문에서 일부 진술을 번복한 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한 대목이다. 특검팀이 김 지사에게 올해 지방선거 지원을 조건으로 드루킹 측근 도모 변호사에게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것으로 보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려다 제외한 것도 드루킹의 진술 번복 때문이었다.
댓글조작은 정상적 여론 형성을 방해해 민주주의 토대를 뒤흔드는 중대 범죄다. 더구나 이런 사건에 권력 실세가 관여돼 있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뚜렷한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사법적 단죄를 하는 것도 안될 일이다. 어느 경우든 법원은 오로지 법리와 증거에 따라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법원의 냉철하고 엄정한 판단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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