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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제품 가성비 아닌 기술력으로 한국 위협”

입력
2018.08.17 04: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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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정부 첨단기술 사활 걸고 육성 

 기술 관련한 규제 등 거의 없어 

 디스플레이 연평균 100% 고속성장” 

정준규 코트라 선전무역관장. 코트라 제공
정준규 코트라 선전무역관장. 코트라 제공

중국산 디스플레이는 더 이상 ‘가성비’가 아닌 기술력으로 우리나라 제품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을 대표하는 정보통신기술(ICT) 도시 선전(深圳) 현지에서도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우리나라가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준규 코트라 중국 선전무역관장은 16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디스플레이 관련 첨단 기술은 중국의 ‘국가 핵심이익’으로, 정부가 사활을 걸고 강력하게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중국제조 2025’ ‘인터넷 플러스’ ‘홍색공급망 정책’ 등 여러 가지 산업정책을 통해 첨단 분야 기술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현재 우리가 우위를 지키고 있는 분야 격차도 조만간 좁혀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 관장에 따르면 중국산 액정표시장치(LCD) 제품 기술력은 이미 상당한 수준이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지난해에는 중국 BOE가 처음으로 LCD 출하량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그나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에서는 아직 기술 격차가 커 중국이 쫓아오지 못하고 있지만, 2016년부터 중소형 OLED를 생산하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연평균 100% 이상 고속 성장하며 한국 기업을 맹추격하고 있다. 정 관장은 “BOE, 에버디스플레이 등 중국 디스플레이 회사들은 LCD뿐 아니라 OLED 분야에서도 기술력을 따라잡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면서 “절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초고속 성장은 공산당 일당 지배를 특성으로 하는 중국 정부의 일사불란한 추진력과 14억명에 이르는 내수시장 덕분이다. 정 관장은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이 디스플레이 산업에 드는 막대한 투자 비용을 감당했다면, 중국은 정부가 직접 나서고 있다”며 “중국 정부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서라면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도 주저하지 않아, 우리나라로서는 기술력 우위에도 불구하고 14억명의 거대한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국가 주도로 산업이 발전되다 보니 국내와 달리 첨단기술 관련 규제가 거의 없는 편이다. 정 관장은 “국가주도 경제 특성상 민간 이익보다 국가 이익이 중요하게 여겨져 민간분야 이해관계 조정을 위한 규제가 적다”면서 “또한 우리와 달리 법률보다 정부의 행정 권한이 크기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정부가 수시로 규제를 하면 된다는 분위기라 미리 규제를 마련하려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기업 우대정책으로 각종 혜택이 집중되고 있어 기업의 초기 투자 리스크가 상당히 낮은 것도 특징이다.

중국과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첨단 분야에 한발 먼저 진출해 기술 생태계 구축에서 앞서는 전략이 필수적이다. 정 관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미래 첨단 기술 분야를 선점하려면 우리나라 기술로 시장을 주도해야 한다”면서 “향후 중국산업의 경쟁력 우위가 일반 제조업에서 4차 산업혁명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큰 만큼, 우리나라 기업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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