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혁명’ 공동저자 알렉스 텝스콧
“블록체인 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세계적 베스트 셀러 ‘블록체인 혁명’의 공동 저자 알렉스 텝스콧은 이미 전세계가 블록체인 시대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에 따르면 블록체인 기술은 단순한 정보를 너머 ‘값’을 담는 최초의 미디어다. 정보를 담는 매체 기술인 인터넷 등장 이후 세계가 경험한 혁명적 변화의 물결이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그는 내다본다. 정치 영역도 예외일 수 없다. 텝스콧은 지난달 캐나다 토론토의 한 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블록체인 기술은 더 나은 민주주의의 성취를 방해하는 현재의 문제를 풀 미래의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넷과 블록체인 기술은 일반인이 보기엔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인터넷은 디지털화한 정보의 인쇄술이라 부를 수 있다. 정보 전달에 최적화된 플랫폼이다. 원본은 그대로 두고 복사한 사본을 전달하는 방식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하나의 정보를 무수히 많은 다수에게,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전달할 수 있다. 대신 원본을 전달하는 데는 무용지물에 가깝다. 반면 블록체인은 원본을 온전히 전달하는 게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완전히 다른 기술이다. 경제 영역에서 ‘화폐’, 정치 영역에서 ‘투표’에 블록체인 기술이 쓰이는 이유다.”
-민주주의가 한 단계 성숙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확신하나.
“민주주의는 현재 우리가 가진 최고의 시스템이지만, 자신의 의사를 대변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불신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선거 때만 주권을 행사하는 데서 오는, 지금의 민주주의 작동 방식의 근본적 한계, 즉 대리인 문제 탓이다. 오늘의 문제를 풀 미래의 해결책이 바로 블록체인 기술이다.”
-당장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 대안이 있나.
“정치인이 자신의 공약과 정치후원금을 연계하는 ‘스마트 계약’은 이미 영국에서 시도되고 있다. 선거 때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계약서를 써, 공약을 이행하는 정도에 비례해 정치후원금을 쓸 수 있도록 제약하는 방식이다. 공약 이행 여부를 굳이 감시하지 않아도, 정치인 스스로 공약을 지키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입법이나 정책 결정 과정에 로비스트나, 정치인 개인의 이해관계가 개입할 여지가 적어지는 만큼 도덕성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
텝스콧은 블록체인 기술 등장에 따른 ‘패러다임 시프트’를 견인할 새로운 리더십이 머지 않아 등장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리고 정치 영역에서의 리더십 교체는 사회 전체로 능동적 변화를 파급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에스토니아는 국가시스템 전체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했다.
“에스토니아가 젊은 국가여서 가능했던 측면이 있다. 쌓아 놓은 정치적 유산이나 인프라가 적었던 만큼, 기득권의 저항이 적었다. 반면 캐나다만 해도 과거의 ‘레거시’(유산)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게 사실이다. 투표제도를 바꾸는 단순한 문제부터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가 쉽지 않다. 패러다임 시프트 시대에 변화를 거부하는 힘은 자연스럽지만, 변화에 대한 저항은 새로운 리더십이 성장하는 토양이 된다. 이렇게 새로운 시대는 시작되는 것이다.”
-블록체인 민주주의 시대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성취하는 것이다. 이미 세계 각지에서 블록체인 민주주의를 향한 여러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모두 미래 사회는 좀 더 포용적이고 효율적인 사회여야 한다는 지향점을 갖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모두가 노력한 만큼의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는 경제체계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노동의 가치를 평가하고 대가를 지불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정치는 신뢰를, 정부는 투명성을 더해야 한다. 이 모든 변화가 블록체인 기술에서 시작되고 있다.”
토론토=글ㆍ사진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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