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지갑 털어” “보수정권 땐 뭐했나”
여야ㆍ노사 등 초반부터 날 선 대립각
전문가 “기득권 내려놓고 절충 찾아야”
국민연금 개편은 상당한 난제인 만큼 이념적 성향, 계층의 문제를 떠나 가입자들이 다 함께 머리를 맞대 입장 차를 좁히는 것이 관건이다. 하지만 개편 과정 초반부터 노ㆍ사, 여ㆍ야, 그리고 진보ㆍ보수 진영이 둘로 갈려 각자의 주장만을 반복하면서 논의 진전을 가로막는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뚜렷한 입장 차는 지난 17일 열린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에서부터 확인됐다.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본부장은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 단축, 건강보험료율 인상 등으로 기업 부담이 굉장해졌는데 국민연금 보험료율까지 오르면 기업들이 수용할 수 있겠느냐”고 보험료율 인상론을 정면 비판했다. 반면 유재길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일부 진영이 불만을 고조시켜 국민연금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는데, 소득대체율은 45% 이하로 떨어지지 않아야 하고 50%로 인상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여야 모두 지지율에만 신경을 곤두세운 채 정쟁을 예고하고 있다. “수익률을 높여 국민연금의 곳간을 쌓을 생각은 하지 않고 보험료를 올려서 국민 지갑을 먼저 털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 “지난 10년 보수정권에서 이 문제를 해결 않고 차일피일 미뤄왔다”(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발언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너무 오래 지연돼 온 만큼 이번에는 각 집단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논의에 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개편에 번번히 실패했던 이유는 각 이해관계자들이 사안마다 부딪히고 논의 과정에서 갈등을 피하려고 민감한 이야기는 최소화했기 때문”이라며 “이번만큼은 각 진영이 냉정하게 사안을 바라보고 국민 노후소득보장과 미래세대 부담 간 절충점을 찾아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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