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상황 엄중” 공감대에도
김동연 “경제정책 필요한 경우 수정”
장하성 “소득주도성장 곧 성과” 당부
경제 투톱간 ‘정책 이견’ 갈등 재연
與 “정책 미세조정 의미” 진화나서
당ㆍ정ㆍ청 고위 관계자들이 19일 휴일을 반납하고 집결해 ‘고용 쇼크’ 원인 진단과 대책 마련에 머리를 맞댔다. 현 정부 들어 주말에 긴급 회의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만큼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간 해묵은 경제정책 기조 갈등의 일단이 또다시 드러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용상황 관련 긴급 당정청 회의’는 내내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산업, 고용, 자영업자 등 분야별로 논의가 이뤄져 회의는 예정된 1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3시40분에야 끝이 났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오늘은 중장기, 단기적 처방에 앞서 큰 방향에서 원인을 진단하는 자리였다”며 “중요한 건 당정청이 함께 책임의식을 갖고 절박한 마음으로 총력대응코자 했던 자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두발언에서는 정부 경제정책의 두 수장인 장하성 실장과 김동연 부총리가 상황 진단과 해법에 이견을 보여 논란을 부추겼다. 김 부총리가 “그간 추진한 경제정책도 효과를 되짚어 보고 필요한 경우 개선, 수정하는 방향”을 언급하며 소득주도성장 기조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그는 “규제개혁과 미래 성장동력 등 혁신성장 가속화를 통해 민간 일자리 창출력을 키우고 민간과 시장에서 경제주체들이 적극적으로 경제활동을 하도록 정책을 운용하겠다”고도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의 3대 경제정책 기조 중 혁신성장에 방점을 찍은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반면 장 실장은 고용 쇼크의 원인이 정책 실패가 아닌 구조적 문제라고 분석해 차이를 보였다. 장 실장은 “경제성장의 혜택이 중산층, 서민, 자영업자에게 돌아가지 않는 모순된 구조와 성장이 일자리로 이어지지 않는 모순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곧 정부 경제정책의 성과가 나오기 시작할 테니 송구스럽지만 조금만 믿고 기다려달라”고 당부했다.
논란을 의식한 듯 김 부총리는 회의 직후 기자들 질의에 답을 피하며 서둘러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장 실장은 “자동차, 조선업 등에서 현재 진행중인 구조조정이 완료되면 연말 정도에 고용 부진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책 엇박자를 지적하는 질문에는 장 실장 역시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앞서 두 사람은 지난 5월 최저 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정부내 시각차를 드러낸바 있다. 장 실장이 당정협의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악영향을 준다는 의견에 관해 “일부를 빼면 고용감소 효과가 없다는 것이 현재까지 결론”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 부총리는 바로 다음날인 16일 국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고용과 임금에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그가 “경험, 직관 등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일 뿐 청와대와 결이 다른 것은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두 사람의 관점이 다르다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나게 됐다.
두 경제수장의 갈등설이 이날 재점화되자 여당은 황급히 진화에 나섰다. 김 정책위의장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경제정책 3축의 기조에는 흔들림이 없다”면서 “다만 정책이라는 것은 집행 과정에서 미세하게 조정이나 보완, 개선이 있을 수 있다는 정도의 의미”라고 김 부총리 발언을 해명했다. 과장되고 무리한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장 실장에 대한 변호도 이어졌다. 그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이라는 게 1년여 만에 큰 효과가 난다면 경제정책을 운용 못할 정부가 어디 있겠느냐”며 “시간이 더 필요하고, 아마 내년 초 정도면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과 정부는 이번 주 경제 현안 관련 세 차례 당정협의를 갖는 등 공조를 강화할 계획이다. 정책위 관계자는 “소상공인 지원과 공정거래법 개편 관련 당정협의 개최를 확정하고 세부 일정을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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