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매직’이 일본까지 집어삼켰다.
박항서(59)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은 19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 치카랑의 위바와 묵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D조 3차전에서 일본을 1-0으로 꺾었다. 베트남은 파키스탄, 네팔을 꺾고 16강행을 조기 확정한 데 이어 일본까지 제압하고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베트남은 전반 3분 일본 골키퍼와 수비의 패스 실수를 놓치지 않았다. 강력한 압박으로 볼을 뺏어내 응우옌 꽝하이가 선제 결승골을 터트렸다. 이 순간 박 감독은 벤치에서 달려 나와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치며 포효했다. 마치 2002년 한일월드컵 때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는 듯했다. 박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 때 히딩크 감독을 보좌해 4강 신화에 힘을 보탰다.
일본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55위, 베트남은 102위다. 23세 이하 선수가 출전하는 아시안게임(팀 당 3명까지 23세 초과 와일드카드 가능)은 FIFA 랭킹의 척도가 되는 국가대항전은 아니다. 더구나 일본은 이번 대회에 2020년 도쿄올림픽을 내다보고 23세가 아닌 전원 21세 이하 선수들로 팀을 구성했다.
그러나 국제 대회에서 일본을 꺾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 베트남은 후끈 달아올랐다. 베트남은 이날 수비를 탄탄히 한 뒤 역습을 노려 일본을 괴롭혔다. 완벽한 골 기회는 베트남이 더 많았다. 일본은 종료직전 우에다가 일대일 기회에서 상대 골키퍼까지 제쳤지만 오른발 슛이 빗나가 땅을 쳤다.
베트남의 조 1위는 단순한 행운이 아니다. 베트남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6골을 넣고 무실점하며 안정된 공수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사실 박 감독이 조 1위를 강력히 원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D조 2위를 하면 E조 1위가 유력한 한국을 16강에서 만나기 때문이다. 그는 “우승후보 0순위 한국과 만나고 싶어 하는 나라가 어디 있겠느냐”며 “베트남에서 일하고 있지만 조국은 대한민국이다. 광복절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일본전은 의미가 크다. 최선을 다해 준비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복병 말레이시아에 덜미를 잡혀 1위 가능성이 사라진 반면 베트남은 약속대로 일본도 잡고 1위도 차지했다. 베트남은 앞으로 D,E,F조 3위와 8강행을 다툰다. 2위 일본이 E조 1위 말레이시아와 격돌한다.
박 감독은 부임 4개월 만인 지난 1월 베트남을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준우승에 올려놔 AFC 주관대회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며 베트남의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아시안게임을 통해 그의 주가는 더 치솟을 전망이다.
베트남의 아시안게임 역대 최고 성적은 16강이다. 베트남 국민들은 ‘박항서 매직’이 이번에 8강을 넘어 메달까지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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