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와 달리 위력범위 좁게 해석
피해자측 증거 법원이 배척
김씨 심리 상태 분석에도 문제”
로스쿨도 이례적 재판부 비판
“피해자 품행 심판” 성명서 발표
1심 법원의 무죄 판결로 여성계 반발을 사고 있는 ‘안희정 Vs 김지은’ 법적 다툼이 검찰 항소로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검찰은 1심에서 배척된 고소인 김지은(33)씨 진술에 신빙성을 높이는데 보다 전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오정희)는 이날 오후 지위를 이용해 수행비서 김씨에 성폭력을 가한 혐의를 받는 안 전 지사 사건에 대한 항소장을 제출했다. 그 동안 검찰은 1심 법원으로부터 안 전 지사의 1심 판결문을 받아 분석을 진행해 왔다.
검찰은 일단 법리 오해와 사실 오인, 심리 미진 세 가지를 주요 항소 이유로 꼽았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은 ‘위력이 존재했으나 이를 행사하지는 않았다’고 했지만 이번 사건보다 훨씬 더 성폭력으로 보기 어려운 사안들도 대법원에서 명시적으로 판결한 판례가 있다”고 했다. 도지사라는 직을 이용한 성폭행을 했음에도 법에 명시된 ‘위력 행사’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김씨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는 것도 검찰이 항소심에서 취할 전략이다. 19일 판결문이 공개되면서 여성계는 1심 재판부가 피해자 쪽 진술을 인정하지 않는 대신, 안 전 지사 진술을 보다 신뢰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김씨 역시 “왜 재판부는 피고인의 말만을 듣고 피해자의 말은 듣지 않는가”라고 꼬집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통화내역이나 증인 등 피해자(고소인) 측 증거자료가 충분히 제시됐음에도 법원은 이를 배척했던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심리위원들에 대한 재판부 판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다툴 사안이다. 1심 재판부는 김씨 진술이 다른 증인들과 상충되는 데다 일관되지도 않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는 김씨가 성폭력을 당한 이후 보이는 2차 피해 등으로 인한 심리적인 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여성계에서는 ‘검찰 측이 요청한 전문요원들 분석은 받아들이지 않고, 안 전 지사 측이 요청한 위원들 분석만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안 전 지사의 무죄 판결을 두고 여성계 반발은 법조계로도 번지고 있다. 전국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젠더법학회연합(전젠연)은 19일 ‘안희정 전 지사에 대한 1심 판결에 부쳐’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피해자 전 인격에 대한 광범위한 ‘품행 심판’을 진행했다”며 무죄 판결을 강력 규탄하고 나섰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요 사건 판결에 대해 로스쿨생들이 공개적으로 재판부를 비판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한편 홍익대 회화과 누드 크로키 수업에서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을 찍어 유포한 혐의로 기소돼 13일 서부지법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 받은 안모(25)씨에 대해, 검찰과 안씨가 각각 17일과 18일 항소를 제기했다. 안씨는 1심 판결이 과하다는 것이, 검찰 측은 죄를 더 무겁게 다뤄야 한다는 것이 이유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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