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사정에 관심 보이며 질문
“비핵화는 계단식” 美에 불만도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 두드러지는 점 중 하나는 북한 보장성원(지원인력)들의 태도가 지난 정부 때보다 한결 부드러워졌다는 사실이다.
금강산 상봉 행사 이틀째인 21일 한 북측 보장성원은 “남측도 날씨가 많이 더웠다고 하는데 어떻습네까? 그래도 15일이 지나고 나니 아침ㆍ저녁은 한결 선선해지지 않았습네까?”라고 물은 뒤 “올해는 참 가뭄이나 더위 때문에 남이나 북이나 힘들었던 것 같습네다”라고 친근한 태도를 보였다. 과거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취재한 경험이 있는 남측 기자들은 “북측 보장성원들이 한결 더 부드러운 태도를 보인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남한 내부 사정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한 보장성원은 문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남측 취재진을 향해 “선생이 보기에 지지율이 더 떨어질 것 같나”, “흩어진 친척 상봉하면 지지율에 도움이 되지 않겠냐”, “뭘 해야 지지율이 뛰냐” 등 질문을 쏟아내기도 했다.
2016년 4월 집단 탈북한 여종업원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한 보장성원은 “이제 상봉하고 여종업원 문제를 연계해서… 뭐 그 문제 때문에 상봉이 된다, 안 된다 그런 말은 쑥 들어간 거 아니겠습니까. 그 문제는 그냥 그렇게, 조용히 지나가는 거죠?”라고 먼저 남측 취재진에게 조심스레 물었다고 한다. 북한은 앞서 남북 고위급회담과 적십자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과 여종업원 송환 문제를 연계시킨 바 있다.
다만 미국을 향해 불만을 표출하는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북측 인사들은 북미 비핵화-평화체제 협상이 진행 중인 현 상황에 대해 “계단식으로 조금씩 한 계단, 한 계단 밟아 올라가는 것처럼 그런 변화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는 나라도 있지 않냐”고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나 향후 북미관계가 어떻게 풀릴지에는 관심이 많았다. 남측 취재진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이 어떤 성과를 거둘 것 같은지 묻자 한 보장성원은 “선생이 뭐 그쪽은 나보다 더 잘 알 텐데”라며 “어떻게, 잘 될 것 같습니까?”라고 되물었다.
금강산=공동취재단ㆍ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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