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벼락에 장례식장 울음바다
“아무 얘기도 없어” 회사측에 분통
“갇혀서 못나가고 있다. 죽을 거 같다. 살려달라.”
세 마디를 남기고 딸의 전화는 끊겼다. 이모(59)씨는 “아내가 오후에 갑작스런 딸과의 통화 내용을 전하길래 엘리베이터인가 했다”고 했다. 기연미연에 딸 동료의 전화번호가 떴다. “4층에서 함께 근무하는 직원인데 ‘빨리 공장으로 가보라’는 거예요. 그 길로 (현장에) 달려가서야 상황을 알게 됐어요.” 이씨는 맏딸 혜정(34)씨 시신이 옮겨진 인천 가천대길병원에서 흐느꼈다.
혜정씨는 맞벌이부부다. 3년 전부터 공장에 다녔다. 남편이 밤에 일하고 아침에 자고 있어서 이날은 친정에서 자고 출근했다. 이씨는 “그게 딸 마지막 모습”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혜정씨 고모부는 “얼마 전 이사해 곧 집들이한다더니”라고 했다. 혜정씨는 가장 늦게 발견됐다.
21일 인천 남동공단 전자부품공장 화재 희생자 9명 중 5명이 옮겨진 가천대길병원 장례식장은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듣고 달려온 유족들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고 김애자(51)씨 남동생은 “오후 4시30분쯤 누나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라며 “누나가 이 회사에서 30년 평생을 다 바쳤는데”라고 오열했다. 희생자의 며느리라고 밝힌 유족은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 가슴이 찢어진다”고 가슴을 쥐어짰다. 어머니가 숨졌다는 비보를 듣고 달려온 한 아들은 빈소도 제대로 차리지 못한 채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회사 측의 사고 대처에 대한 불만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한 유족은 “사고 현장에 왔는데 회사 측 누구도 우리한테 정보를 안 줬다. 구체적으로 얘기 해주는 게 하나도 없었다”라며 “딸이 죽었다는 얘기도 현장에서 계속 요구하니까 확인해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다른 유족은 “이 병원에 옮겨진 사망자가 5명이나 되는데, 아직 분향소도 못 잡고 있다. 사고로 숨진 건데 유족들이 알아서 분향소를 설치할 판이다. 회사 측이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나머지 희생자 4명은 적십자병원과 사랑병원에 2명씩 옮겨졌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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