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R맵ㆍ설계변경 관련 자료
최종 시한 코앞에 두고 제출
100만원 ‘쥐꼬리 과태료’ 악용
“사실상 정부 조사 방해” 지적
정치권, 징벌적 손배 도입 잰걸음
연이은 화재 사고로 물의를 빚고 있는 BMW코리아가 관련 자료 제출 마감 시한을 꽉 채운 22일 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자료를 보냈다. 최대한 시간을 끌다 마지못해 자료를 제출한 것이란 비판이 적잖다. “정부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던 공언과는 달리 자료 미제출 시 과태료가 100만원에 불과한 규정을 악용, 정부의 조사를 사실상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BMW 사태 기술 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교통안전공단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BMW는 자료 제출 최종 시한(22일 밤 12시)을 코 앞에 둔 이날 밤 10시 전후로 ‘자체 결함원인 태스크포스(TF)보고서’와 ‘차종 별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맵’, ‘설계변경 및 해당엔진 리콜 관련 자료’ 등을 공단에 냈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BMW가 계속 ‘자료를 주긴 하겠다’고 말하면서 시간을 끌다 특별한 설명도 없이 마감 직전에야 자료를 보냈다”며 “2주가 넘는 충분한 준비 시간을 준 데다가 요청 자료도 새로 작성하는 게 아니라 있는 것을 그대로 보내면 되는 것인데 왜 이런 행태를 보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단은 2016년 수상한 설계변경과 관련된 이날 자료를 면밀히 분석한 뒤 자료의 의도적 누락이 있을 경우 BMW에 강하게 항의할 방침이다.
BMW의 ‘시간 끌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토교통부의 ‘결함조사(리콜) 지시(7월16일)’로 15일 이내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법적 의무가 발생하자 BMW는 1차 자료 마감 시한이었던 지난 3일에도 밤 12시 직전 ▦B47 및 N47 엔진이 적용된 차량(520d)의 화재발생 관련 도면 및 설계변경 내역 ▦결함 관련 국내외 제작결함 시정조치 자료를 제출했다. 당시 BMW 관계자는 “독일 본사에서 자료를 받아 넘기는 데 시간이 예상보다 길게 걸렸다”고 해명했지만, 제출된 자료는 본사의 설명이 추가로 필요한 엔진 히스토리(개발사) 부분이 아니라 자동차 기술자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엔진에 대한 간략한 제원 설명이 전부였다.
BMW의 ‘배짱 대응’이 이어지며 여야 모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이헌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유사한 자동차 화재 사고에 대해 미국은 도로교통국이 직권조사를 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위한 대규모 집단소송에 들어간다”고 강조했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만약 연쇄 화재 사고가 징벌적 손배제가 있는 독일에서 났다면 BMW가 이렇게 안일하게 대응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29명의 국토위 여야 의원 중 24명이 징벌적 손배제 도입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8월 임시국회에서 해당 법안에 대한 개정 작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22일 0시 기준 안전진단을 받지 않아 운행정지를 통보받은 전국의 BMW 차량은 총 4,073대인 것으로 파악됐다. 10만6,317대의 전체 리콜 대상 차량의 96%가 전날까지 안전진단을 완료한 셈이다. 운행정지 대상 차량 수는 경기가 950여대로 가장 많았고, 서울(750여대)과 인천(580여대)이 그 뒤를 이었다. BMW 사태 해결을 위해 구성된 국토부 TF팀 관계자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처음으로 BMW 차량의 운행정지 필요성을 언급한 지난 8일에는 안전진단 미실시 차량이 2만7,246대에 달했지만 국토부가 운행정지를 각 지방자치단체에 공식 요구한 14일에는 1만5,092대까지 줄었다”며 “BMW의 리콜도 본격화한 만큼 내달 중에는 안전진단이 완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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