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협회장으로부터 1000만원
김학현 전 부위원장은 대기업에
딸 점수 조작해 부정 채용시켜
노대래(62)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국책은행 대출 청탁과 함께 ‘뒷돈’을 받아 처벌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는 등 공정위 전ㆍ현직 고위간부들의 도덕적 타락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23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노 전 위원장은 퇴임 5개월 뒤인 2015년 5월 13일 서울의 한 고급호텔 식당에서 신모(73) 전 한국수입협회장으로부터 “A사가 산업은행 금천지점에 대출을 신청했으니, 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를 승낙한 뒤 즉석에서 현금 1,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검찰은 지난해 비상장 방산업체 ‘이랩코리아’를 설립한 뒤 매출액을 20배 이상 부풀리는 수법으로 주가를 조작해 수십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노 전 위원장의 뒷거래를 포착했다. 검찰은 실제 대출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을 감안, 지난해 말 알선수재 혐의로 노 전 위원장을 약식 기소했고, 법원은 올 1월 벌금 700만원, 추징 1,000만원의 약식 명령을 내렸다.
또 다른 공정위 간부들도 공정위 위세를 이용해 사익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공소장에 따르면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은 재직 시절인 2016년 9월 대기업 계열사 대표를 만나 “딸이 곧 영국에 있는 대학을 졸업하는데 걱정이다. 취업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취지로 청탁했다. 이 회사가 모기업 순환출자 해소 문제로 공정위 규제 대상으로 계속 언급될 때였다. 회사 대표는 요구를 거절했을 때 불이익을 고려해 김 전 부위원장 딸을 채용했다. 서류전형 심사를 거르고, 실무 면접에서 김 전 부위원장 딸보다 고득점자를 고의로 탈락시켰고, 최종 면접에서는 최고점수를 줬다. 검찰은 김 전 부위원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김모 전 공정위 대변인은 퇴직 후인 2015년 공정위 유관 기관인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의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CP) 등급평가 위원으로 위촉됐다. CP등급 평가결과에 따라 기업은 공정위 직권조사를 면제 받는 등의 영향을 받는다. 김 전 대변인은 2016년 7월 한 업체 대표로부터 “CP 등급 평가를 잘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탁을 받은 후 다섯 차례에 걸쳐 1,2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배임수재)로 불구속 기소됐다.
공정위가 ‘경제 검찰’이라는 위상을 악용해 대기업들을 압박해 퇴직 간부들을 채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위 간부들이 퇴직 전후에 개인 이득까지 취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공정위의 도덕 불감증이 체질화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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