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회견서 ‘4년 프로젝트’ 강조
“미래 책임질 젊은 선수들에 기회
中리그 1부 잔류… 실패 아니다”
“볼을 점유하고, 경기를 지배하고, 기회를 많이 창출하는 축구를 하겠다.”
파울루 벤투(49) 축구대표팀 감독이 23일 경기 고양 MVL(엠블) 호텔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밝힌 비전이다. 이날 포르투갈 통역을 맡은 대한축구협회 업무지원팀 신승호 과장은 “감독님이 ‘agressivo’(공격적인), ‘intensidade’(격렬함)이란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 좀 더 능동적이고 강렬한 축구를 펼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전날 K리그1(1부) 서울-포항 경기를 직접 본 벤투 감독은 “한 경기로 판단하기는 성급하지만 대표팀 경기보다는 강렬함이 조금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포르투갈 국가대표 미드필더로 한국과 직접 격돌했던(한국 1-0 승) 그는 2002년과 지금의 한국 축구를 비교해달라는 질문에도 “2002년의 한국은 조직력이 뛰어났고 압박이 강했다. 지금의 한국도 스타일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격렬함은 조금 떨어졌다”고 비슷한 진단을 내렸다. 90분 동안 끊임없이 뛰는 투쟁심 넘치는 축구가 앞으로 ‘벤투호’의 모토가 될 전망이다.
2002년 이후 16년 동안 국가대표 감독을 10명이나 갈아치운 한국 축구의 조급증에 대해 벤투 감독은 “팬들의 기대치가 높다는 걸 잘 안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나갔으나 조별리그 통과는 두 번(2002년 4강, 2010년 16강)에 불과하니 아쉬울 것이다. 그러나 김판곤 국가대표선임위원장이 나에게 ‘4년의 프로젝트’라는 걸 명확하게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기 프로젝트’란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내년 1월 아시안컵과 카타르 월드컵 예선통과도 중요하지만 4년 뒤 월드컵 본선에서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축구를 구사하는 데 온 힘을 쏟겠다는 의지다.
러시아월드컵 후 은퇴를 고려했던 ‘주장’ 기성용(29ㆍ뉴캐슬), 구자철(29ㆍ아우크스부르크)과 이미 통화를 한 벤투 감독은 “두 선수는 대표팀에서 영향력이 큰 선수다. 기성용은 9월 A매치 때 뽑을 것”이라고 했다. 구자철은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나중에 발탁할 계획이다. 한국은 9월 7일 코스타리카(고양), 9월 11일 칠레(수원)와 평가전을 치른다.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 시절 젊은 선수를 과감하게 중용했다. 그는 “한국에서도 대표팀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고 선언했다. 스페인 명문 발렌시아 소속 17세 유망주 이강인에 대해서는 “더 많은 선수들이 연령별 대표팀에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중국 프로축구 충칭에서 7개월 만에 경질된 이야기가 나오자 벤투 감독은 “충칭 구단의 목표는 1부 잔류였다. 내가 있을 때 팀 성적이 강등권으로 내려간 적이 없다.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적극 항변했다. 그는 기자회견 말미 “나와 우리 코칭스태프는 매일 최선을 다할 것이다. 팬들이 기대해도 좋다. 우리는 전문적으로 접근할 것이다. 친선 경기든, 공식 경기든 팬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경기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축구협회는 벤투 감독을 보좌할 한국인 코치로 김영민(45) 수원 삼성 스카우트 팀장, 최태욱(37) 서울 이랜드 코치를 선임됐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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