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태풍 솔릭(SOULIKㆍ미크로네시아 전설에 등장하는 족장)이 24일 오후 동해로 빠져 나갈 예정이다. 솔릭은 제주와 남부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지만 한반도의 열기를 완전히 식혀주지는 못해 다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솔릭과 같은 태풍이 또 한반도를 덮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솔릭은 23일 제주에 기록적인 강풍과 폭우를 쏟아냈다. 한라산 진달래밭에서 측정한 순간 최대 풍속은 초속 62m로 기상관측 이래 가장 강한 바람으로 기록됐다. 한라산 사제비에는 1,100㎜에 달하는 폭우를 퍼부었다. 태풍이 상륙한 전남지역에는 초속 30m가 넘는 강풍이 불고 300㎜ 안팎의 비가 내리면서 피해가 잇따랐다.
제주, 전남, 광주 일원 주택과 상가 등 2만2,840 가구의 전기 공급이 끊겼고, 이 지역 가로수 140그루가 넘어졌다. 강풍에 가로등이 파손되거나 신호등이 꺾이고 담장이 무너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충청, 강원 등에도 폭우와 강풍이 몰아쳤지만 솔릭의 위력은 제주에 머물 때보다 상당히 약해졌다. 수도권에는 최대 초속 20m 안팎의 강풍이 몰아쳤지만 강수량은 30~80㎜에 그쳤다.
당초 기상청은 솔릭이 서해안을 따라 북상하다가 충남 해안으로 상륙해 수도권을 거치면서 막대한 피해를 입힐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 진로는 이보다 남쪽이었고 세력도 급격히 약화됐다. 이유는 뭘까. 김승배 한국기상산업협회 본부장은 2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태풍이 한라산이 있는 제주도를 스치면서 힘을 많이 쏟았고 이후부터 태풍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목포 앞바다 쪽에서 전향(방향을 트는 것)하면서 속도가 줄고 (태풍의) 반절 이상이 내륙에 걸치면서 산에 부딪혀 마찰력 때문에 예상보다 약해졌다”고 덧붙였다.
세력 약화로 폭염의 원인이었던 북태평양 고기압을 몰아내지는 못했다. 김 본부장은 “여름 내내 한반도 상하층을 덮고 있던 거대한 열 덩어리를 태풍이 완전히 식혀주지는 못해 곳에 따라 열대야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25일 대구, 부산, 전주의 낮 최고기온은 31도로 오르겠다. 이날 부산과 제주는 밤에도 열대야 기준인 최저기온 25도 선에 머무를 전망이다. 27일부터는 기온이 더 올라 대구, 충북 청주, 광주, 전주 등의 낮 최고기온이 33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위가 완전히 물러나려면 북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와야 한다. 김 본부장은 “태풍이 또 생길 텐데 지금과 같은 진로를 밟는 태풍이 한두 개 정도 또 있을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태풍이 지나가면서 북태평양 고기압을 몰아낸 후에야 비로소 무더위의 기세가 꺾인다는 것이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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