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6일 2차 상봉 일정 시작
혈육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기구한 사연들
65년여만의 혈육 상봉이 24일 재개됐다. 헤어졌던 북측의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전날 강원도 속초에 집결했던 남측 이산가족 2차 상봉단 81가족(326명)은 이날 속초를 출발 상봉 행사가 열리는 금강산으로 향했다.
당초 태풍 솔릭이 금강산 지역을 관통, 행사 일정에 차질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다행히 태풍 솔릭의 규모가 크게 약화하며, 걱정스러워 했던 상봉단 표정은 금새 북측 혈육을 재회한다는 설렘으로 바뀌어 있었다.
2차 상봉 행사에 참가하는 이산가족들의 절절한 사연은 지난 1차 상봉 때와 다르지 않았다. 북측의 형을 만나는 목원선(85)씨는 형과의 이번 상봉이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 목씨 형 원회(86)씨는 1950년 서울 성동구의 중앙시장에 쌀을 사러 나갔다가 그 길로 인민군에 징집됐다. 그 때 인민군에 함께 끌려갔다가 돌아온 형의 친구를 만난 목씨는 "우리 형은 어떻게 됐냐" 물었다. 이내 "너네 형 원희는 죽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후 목씨 가족은 형을 찾으려 노력도 하지 않았고 당연히 이산가족상봉 신청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죽은 줄로만 알았던 형이 이번 상봉에서 남측의 동생들을 찾는다고 연락해온 것이다.
형 원회씨가 인민군에 끌려간 뒤 목씨는 18세 나이로 국군에 자원입대했다. 목씨는 "아마 우리 형하고 총부리 마주잡고 그랬을지도 몰라. 하여간 이제 (형이) 살아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말했다.
더욱 의아한 것은 형이 김인영이라는 생경한 이름으로 바뀌어 있는 점이다. 목씨는 '김인영이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다"며 아마도 형이 무슨 이유로 개명을 했는지 궁금해 했다.
김향미(53)씨는 북측 큰 이모 신남섭(81)씨의 초등학교 졸업장을 들고 금강산으로 향했다. 이미 돌아가신 김씨 어머니가 혹시라도 언니를 만나게 되면 전하라며 큰 이모의 상장과 졸업장을 고이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부 잘했던 언니가 자랑스러웠던 것일까. 전쟁통에도 엄마는 언니의 상장과 졸업장을 피난 가방에 넣었다고 한다.
이번 2차 상봉은 지난 1차 때와 마찬가지로 2박3일 간 7차례에 걸쳐 12시간 가량 헤어질 혈육과 대면한다. 1차 상봉은 주로 금강산 호텔에서 진행됐으나 2차 상봉은 금강산 면회소에서 주요 상봉이 이뤄진다.
속초=공동취재단ㆍ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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