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할아버지, 저희 할아버지 만나셔서 짧지만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김현수(77)씨는 25일 금강산에서 열린 이산가족 개별상봉에서 북측 형 김용수(84)씨를 만나 노란 편지지에 곱게 쓴 손편지를 건넸다. 다름 아닌 김현수씨의 손녀 김규연 양이 한번도 보지 못한, 하지만 할아버지가 애타게 기다리던 큰할아버지 용수씨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중학교 3학년생인 규연 양은 “저는 할아버지의 손녀딸 김규연이라고 합니다”라고 소개한 뒤 말을 이었다. 규연 양은 “이번에 제가 편지를 쓰고 이걸 (큰할아버지가) 전해 받으신다는 생각을 하니 꿈만 같고 감격스럽다”며 “저도 직접 뵙고 인사드리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여 정말 아쉽다”고 적었다.
규연 양은 이어 “저번에 할아버지(김용수)의 사진을 봤는데, 저희 할아버지(김현수)와 너무 닮으셔서 신기했다”며 “어서 남북이 통일이 되어 할아버지의 얼굴을 뵐 수 있는 날이 오도록 기도하고 응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저희 할아버지 만나서 짧은 시간이라도 행복하고 좋은 시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언젠간 저도 할아버지 뵐 수 있는 날만 기다릴게요”라며 “사랑해요 할아버지. 건강하세요”라는 인사말로 편지를 끝맺었다.
동생 손녀의 정성스러운 손편지를 읽고 북측의 김용수 씨는 눈물을 많이 흘렸다고 남측 가족은 전했다. 오후에 이어진 단체상봉에서도 남측 가족이 “아까 편지 읽고 어떠셨어요?”라고 하자 김용수 씨는 말문을 열지 못한 채 고개만 끄덕끄덕했고 남측 가족이 “또 우시려 그런다”며 다독였다. 10남매 중 셋째인 형 김용수 씨와 일곱째인 동생 김현수 씨는 강원 양양에서 태어나 함께 자라다 6ㆍ25전쟁 때 헤어졌다.
한편 이날 2차 상봉 행사 도중에 남측 상봉단인 최시옥(87ㆍ여)씨가 건강 문제로 상봉을 중단하고 귀환했다. 최씨는 이번 행사에서 북측 여동생 최시연(79)씨를 만났지만, 가슴이 답답하다고 호소하면서 이날 오후 3시 시작된 단체상봉에 불참했다. 당장 큰 문제가 있는 정도는 아니었으나 증상이 악화될 경우를 우려해 후송 결정이 내려졌다. 최씨는 오후 3시 28분쯤 배우자 김창원(84)씨와 함께 남북출입사무소를 통과, 강릉아산병원으로 이동했다. 이에 따라 2차 상봉 행사에 참여하는 남측 가족은 326명에서 324명으로 줄었다.
금강산=공동취재단ㆍ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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