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상봉 마지막 날
남북 가족들 “다시 만나자” 약속
헤어짐을 재촉하는 듯한 시계가 야속했다. 남북 이산가족상봉 2차 상봉 마지막 날인 26일 금강산호텔에서 작별 상봉 겸 공동오찬이 시작되자, 남북의 가족들은 "다시 꼭 만나자"는 말을 서로에게 되뇌었다. 지난 24일부터 2박3일 간 12시간 가량 얼굴을 맞댔지만 다시 이별하는 아쉬움은 쉽게 달래지지 못했다.
북측의 언니를 만난 박유희(83)씨는 언니를 다시 보낼 생각에 흐느꼈다. 언니 박영희(85)씨가 "통일이 되면 (다시 만나자)"이라고 하자, 유희씨는 "그 전에 언니 죽으면 어떡해"라며 오열하기 시작했다. 언니 영희씨는 "내 죽지 않는다, 죽지 않아"라며 동생을 다독였다.
이번 상봉 최고령자 강정옥(100)씨의 북측 동생 강정화(85)씨는 "(언니가) 사망했다고 생각했는데 (얼굴을 봐서) 너무 좋았다"며 울먹였다. 그러자 정옥씨는 동생과의 다시 이별 해야 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듯 "아이고 감사합니다. 같이 삽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쟁 통에 모친 배속에 있다 이번 상봉에서 북측의 아버지와 태어나 처음 대면했던 아들 정기(67)씨는 "돌아가셨다고 생각했는데 얼굴 봤으니까, 어머니 대신 한풀이 했으니 이제 그냥 좋아요"며 무너지는 마음을 애써 스스로 달랬다. 정기씨 작은아버지인 상용(80)씨는 "나이 80이 넘고 형 나이도 이제 거의 90인데 이제 우리는 살만큼 살았어. 마지막으로 만난 거지"라면서도 "통일이 어서 됐으면 좋겠는데"라며 아쉬워 했다.
형제가 상봉한 북측 김용수(84)ㆍ남측 김현수(77)씨 형제는 서로 닮았는지 보자며 안경까지 벗고 서로의 얼굴을 봤다. 온 가족이 "똑 닮았네"하며 온 한바탕 웃었다.
언제 다시 볼지 모를 가족에게 손 편지를 전하는 가족도 많았다. 목원선(85)씨와 원구(83)씨는 북측 형 목원희(86)씨에게 집주소가 써진 봉투 뒷면에 "사랑하는 우리 형님 잘 뵙고 돌아갑니다. 부디 행복하고 다시 뵐 때까지 안녕히 계세요"라고 적어 올렸다.
이번 상봉에 참가한 남측 상봉단 81가족(324명)은 이렇게 북측 가족과 통일과 재회를 기약하고 오후 1시 30분쯤 귀환을 위해 금강산을 떠났다. 앞서 20~22일 이뤄진 1차 상봉을 포함해 이날 2차 상봉까지 끝나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ㆍ27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했던 8·15 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종료됐다.
금강산=공동취재단ㆍ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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