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자리, 양극화 등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향후 5년간 나라의 곳간을 확 열기로 하면서 재정 건전성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세수호황 추세는 2020년부터 꺾일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향후 재정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복지 지출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28일 기획재정부의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앞으로 5년간 재정지출은 연평균 7.3% 늘어난다. 이는 같은 기간 연평균 총수입 증가율(5.2%)과 경상성장률(4.2%)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일자리 둔화, 소득분배 악화, 저출산 등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선 당분간 나라 곳간에 들어오는 돈보다 씀씀이를 크게 늘릴 수 밖에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후 국민연금 등 4대 사회보장성기금 흑자를 제외한 수지)는 내년 33조4,000억원 적자가 예상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1.8%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2020년 -2.3%, 2021년 -2.6%, 2022년 -2.9% 수준까지 치솟는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3.8%) 이후 최고치다. 통상 이 수치가 ‘-3%’가 되면 재정이 위험하다고 본다. 국가채무도 올해 708조2,000억원에서 2022년 897조8,000억원(GDP 대비 41.6%)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4년 만에 200조원 가량 증가하는 셈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국가채무는 GDP의 60%, 관리재정수지는 3% 내에서 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낙관의 근거는 세수 호조다. 정부는 향후 5개년 국세수입을 작년 전망치보다 3~4% 가량 높였다. 지난해 반도체 호황 등으로 정부 예상보다 세수가 14조3,000억원이나 더 걷힌데다, 내년부턴 초(超)대기업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22→25%) 등 증세 효과도 본격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재정건전성을 낙관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기초연금 인상, 아동수당 확대 등 복지 지출 증가율은 올해 12.9%, 내년 12.1%에 달한다. 복지 지출은 일단 도입하면 없애거나 줄이기 어려운데다 고령화 영향으로 지출 규모가 가파르게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른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선 ‘재정을 통한 생산적 투자 증가→경제성장→세금증가’의 궤도가 나타나야 한다. 그러나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예산안을 보면 중소ㆍ중견기업을 어떤 산업에서 어떻게 키워서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고민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그냥 복지 예산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는 “재정 지출이 민간경제 활성화의 마중물이 되기 위해선 구조조정 혹은 생산성을 높이는 ‘투자’가 돼야 한다”며 “일자리 알선 시스템을 구축하고 교육훈련 및 인재양성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선(先)투자가 돼야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데 단순 소비성 지출에 그친다면 재정 건전성만 훼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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