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靑ㆍ고용부 거쳐 제출 확인
고영한 前 대법관도 관여 의혹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표적인 재판거래 의혹 사건으로 지목된 전교조 법외노조 소송과 관련해 법원행정처가 고용노동부의 재항고 이유서를 대필해준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이 이유서가 청와대ㆍ고용노동부를 거쳐 대법원에 제출된 사실을 확인, 청와대ㆍ법원행정처가 관련 소송에 직접 개입한 것으로 보고 관련자들을 수사 중이다.
28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2014년 10월 7일 작성된 ‘재항고 이유서(전교조-Final)’ 문건을 확보했다. 이 문건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전교조를 법외노조 상태로 다시 돌려달라’는 취지로 고용부가 대법원에 제출한 재항고 이유서와 내용이 같은 걸로 알려졌다.
앞서 같은 해 9월19일 서울고법은 “고용부의 노조 자격 박탈 처분을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우선 멈춰달라”는 취지로 전교조가 제출한 집행정지신청을 받아들였다. 항고법원이나 고등법원 결정에 대해 재판에 영향을 미친 법령 등의 위반이 있을 때 대법원에 재항고를 할 수 있다.
검찰은 임 전 차장 컴퓨터에 저장된 재항고 이유서가 다음날인 2014년 10월 8일 청와대 민정수석실→고용부를 거쳐 대법원에 제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대법원 소속인 법원행정처가 고용부의 재항고 소송 서류를 정식 접수 전에 받아 이유서를 작성, 청와대에 넘겨주고, 이를 고용부가 받아 대법원에 제출한 것이다. 검찰은 당시 고용부 관계자 및 변호인들을 불러 이 같은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특히 검찰은 법원행정처의 재항고 이유서 작성에 이 사건 주심이었던 고영한 전 대법관도 관여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 24일 고 전 대법관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고 전 대법관이 직접 (전교조 법외노조화 사건 관련) 문건을 작성하거나 보관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현재 대법원에 본안 사건이 진행 중이므로 (압수수색을 하면) 재판의 본질적인 부분에 대한 침해가 우려된다” 는 등의 사유를 들었다.
앞서 양 전 대법원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회동 직전인 2015년 8월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대법원장 말씀자료’에 “항소심이 효력을 정지시킨 고용부의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을 되살려 전교조를 법외노조 상태로 되돌려놓았다”고 평가하는 등 전교조 법외노조 소송은 사법부의 국정운영 협력사례로 언급돼 대표적인 재판 거래 의혹 사건으로 꼽히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숙원사업인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주력하던 2015년 6월 대법원이 고용부의 재항고를 받아들이면서 전교조는 다시 법외노조가 됐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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