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결승에 오를 때까지 5전 전승을 이어가며 승승장구하던 ‘박항서 매직’은 조국의 벽 앞에서 잠시 멈춰 섰다. 그는 이날 패배를 뒤로하고 남은 3ㆍ4위전 승리를 위해 다시 준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29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준결승에서 1-3으로 패해 결승 진출의 꿈이 꺾였다. 박 감독은 이날 경기 초반부터 극단적 수비전술을 내려놓고 후반까지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로 경기 종료 직전까지 한국 골 문을 호시탐탐 노렸다.
후반 들어 K리그 인천에서 뛰었던 르엉 쑤언 쯔엉(23)을 빼고 쩐 민 브엉(23)을 투입한 박 감독의 전략은 들어맞았다. 브엉은 한국에 3골을 먼저 내준 후반 25분 얻은 페널티 박스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에서 그림 같은 왼발 프리킥 골로 추격했다. 이번 대회 조현우(27)의 유일한 실점이기도 했다.
베트남은 이후 추가득점을 내지 못하며 한국에 졌지만, 박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 팬들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고, 내가 일하고 있는 베트남의 국민도 실망시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약속을 이날 경기를 통해 충분히 지켰다.
박 감독은 한국과 경기를 마친 뒤 “졌지만,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줬다고 생각한다”며 90분간 최선을 다 해 뛰어준 베트남 선수들을 격려했다. 그는 “한국을 상대하니 선수들의 플레이가 위축된 탓에 전반 초반 실점으로 이어지며 크게 진 것 같다”고 짚으면서 “우리 선수들이 이런 경험을 통해 발전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 대표팀에 대한 질문에는 “베트남 감독이 한국에 관해서 얘기할 건 없고, 한국과 김학범 감독에 축하한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베트남)선수들에게 고맙고, 남은 3ㆍ4위전을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동메달 결정전은 다음달 1일 오후 7시 열린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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