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발생한 경북 봉화군 소천면사무소 엽총 난사사건의 범인 A(77)씨가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경찰관도 살해하려고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국내에는 개인이 소지하고 있는 총기가 1만4,000정에 달해 더 적극적인 총기 관리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손수호 변호사는 3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A씨에 대한 경찰 조사결과를 전했다. 경찰과 손 변호사 등에 따르면 A씨는 수도권에 살다가 군대 후배의 권유로 2014년 이 마을 암자 아래 집을 짓고 아로니아 농사를 지어왔다. 귀농 2년 만에 후배가 지병으로 사망하자 혼자 생활해왔다. 마을 주민들은 A씨가 ‘특수부대 출신’이라고 큰 소리를 치고 다니면서 과격한 행동을 일삼아 그를 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발단은 물 문제였다. 경찰은 그가 봉화에 터를 잡으면서 설치한 간이상수도를 주변 네 가구와 함께 쓰면서 수압이 낮아지자 이웃들과 갈등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면사무소와 파출소 직원이 민원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도 불만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범행 한 달 전인 지난달 20일쯤 유해조수 구제용으로 엽총을 구입, 자신의 집 뒷마당에서 사격 연습을 하면서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해왔다. 그는 사건이 발생한 지난 21일 오전 7시50분쯤 소천파출소에 영치해놓은 엽총을 꺼내왔다. 직후 집 인근 암자 주인에게 엽총을 쏴 부상을 입힌 후 파출소로 갔다. 파출소에 경찰관이 없는 것을 확인한 A씨는 오전 9시31분쯤 소천면사무소에 들어가 엽총을 난사, 공무원 B(47)씨와 C(38)씨를 살해했다. 경찰은 A씨를 살인, 살인미수, 살인예비 등의 혐의로 29일 검찰에 송치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총기 사고가 2014년 9건에서 2016년 18건, 올해 상반기에만 9건으로 증가 추세라는 점이다. 개인이 소지하고 있는 총기는 약 1만4,000정(올해 7월 기준)이고, 소지 허가가 취소된 총기 중 회수가 안 된 총기는 150정에 이른다. 손 변호사는 “총기 사고가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손 변호사는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관계당국에 주문했다. 그는 “총기 소유자에 대한 정보 수집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물론 사생활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는 문제 때문에 경찰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지만 우리나라가 총기 청정국으로 남기를 원한다면 철저하고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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