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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세이건의 1973년 대중과학서
행성탐구ㆍ온난화ㆍ테라포밍 등
대중에 미래적 연구 필요성 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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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건, 레이건의 스타워즈 비판”
세이건 부인이 쓴 서문 눈길
감세와 재정 축소, 덜 쓰고 덜 걷는 작은 정부. 스스로 보수라는 이들이 늘 외쳐대는 구호다. 미국 공화당 좋아하는 이들이 흔히 내세우는 논리인데, 사실 미국 공화당이 진짜 그랬다는 증거는 찾아보기 어렵다. 1980년대 ‘레이거노믹스’가 대표적 예다. 로널드 레이건 정부는 8년 집권 기간 동안 10차례 걸쳐 세금 인상을 단행해 전시가 아닌 평화시기에 가장 세금을 많이 올린 정부라 평가 받는다.
그 많은 돈 어떻게 했을까. 국가재정흑자로 차곡차곡 돈 모아 재정건전성을 확립했을까. 아니다. 펑펑 썼다. 대표적 지출이 ‘스타워즈’다. 우주를 통해 ‘악의 제국’ 소련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주겠다는 원대한 구상, 혹은 망상 말이다. 그래서 레이거노믹스를 두고 요란하게 반(反)케인즈주의를 외쳤으나 실은 뒷구멍으로 ‘스타워즈 케인즈주의’를 했을 뿐이라 평하는 경제학자들도 있다. 그 시절 군수산업기술이 지금 미국 첨단산업의 기초가 됐다는 장하준의 평가와 통하는 얘기다. 입만 열면 보수, 시장 운운하는 이들을 좀 더 희롱하는 표현으로는 ‘다스베이더가 되어버린 레이건’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까지 ‘우주군’을 창설하겠다는 뉴스는, 그래서 어떤 기시감을 준다. 동시에 이 시점에서 칼 세이건의 ‘코스믹 커넥션’이 번역되어 나왔다는 건 더 말할 나위 없이 묘한 타이밍이다. 세이건은 저서 ‘코스모스’로 각인된, 과학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은 사람들조차 한번 정도는 이름을 들어봤을 대중적으로 유명한 천문학자. ‘코스믹 커넥션’은 1980년 ‘코스모스’가 나오기 이전, 1973년에 내놓은 첫 대중저서로 발간 즉시 50만부가 팔려나가면서 그 전까지 논문만 쓰던 세이건을 과학저술가로 이끈 책이기도 하다. 국내엔 이번에 처음 번역됐다.
#칼 세이건의 1973년 대중과학서
행성탐구ㆍ온난화ㆍ테라포밍 등
대중에 미래적 연구 필요성 설득
#NASA 연구원 데이비드 모리슨
이후 축적된 연구 후기에 실어
책은 대중과학서다운 서술을 선보인다. 자신이 직접 참여하기도 했으며 1970년대에 절정에 달했던 행성 탐사계획 ‘파이오니어’, ‘매리너’에 대한 얘기들을 바탕으로 금성, 화성 등에 대한 최신 연구 성과들을 소개한다. 이들 행성에 대한 탐구를 통해 지구온난화 문제도 다루고, SF에 흔히 등장하는 다른 행성을 인류가 살 수 있는 지구와 같은 환경으로 개선하는 테라포밍(Terraforming) 문제는 물론, 태양계 밖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과 그들과 접촉, 교신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나간다.
이런 연구와 상상은 다음과 같은 명제를 낳는다. “우리를 구성하는 원자들이 죽어가는 별들이나 이전 세대 별들의 내부에서 합성되었음을 안다. 형태로나 물질로나, 우리가 나머지 우주와 깊숙이 이어져 있음을 인지한다.” 하늘로, 우주로 시선을 넓힌다는 것은, 우리가 우주먼지 중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는 건 전 우주적 연결, 즉 ‘코스믹 커넥션’을 음미한다는 이야기다. 1970년대 책이라 최신 정보가 아니지 않느냐는 우려는, 미 항공우주국(NASA) 연구원 데이비드 모리슨이 쓴 후기로 불식된다. 모리슨은 세이건 이후 축적된 연구 성과를 반영해 각 장 별로 수정되어야 할 부분들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 덕분에 이 책은 낡았다기보다 여전히 진화하고 있는 책으로 읽힌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무엇보다 앞에 붙은, 세이건의 마지막 부인 앤 드루얀의 서문이다. 엄청난 장비, 인력, 돈이 들어가는 천문학은 대중의 이해와 지지를 바탕으로 한 예산 지원이 핵심이다. 생물학이 유전자 연구와 불치병 치료를 이슈화해 열심히 돈을 끌어 모으며 윤리적 논란을 돌파하려 든다면, 천문학은 외계생명체와의 지적 조우나 외계 행성개조와 인류의 이주 같은 원대한 꿈을 자극해 돈을 끌어 모은다. 고작 달에 가서 발 한번 찍고 오고, 잘 보이지도 않는 사진 몇 장 얻거나, 황무지 같은 곳에 가서 돌덩이 하나 주워오는 것 치곤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불만을 잠재우기 위함이다. 동시에 로켓개발 등 차원이 다른 무기 개발을 가리기 위한 낭만적인 위장막이기도 하다. 이 책을 쓰던 1970년대에야 냉전 시기니까 그랬으려니 하더라도 지금 이 시대에 대체 왜 그래야만 하는가.
세이건의 존재를 불편하게 여기는 시각도 여기에서 나온다. 의도가 뭐였던 결과적으로 ‘냉전의 치어리더’ 아니었느냐는 얘기다. 드루얀은 그렇지 않았다고 반격한다. 세이건은 “레이건 대통령의 백악관 만찬 초대를 세 번이나 거절”했으며 “미 공군 과학자문위원을 사임하고 베트남전에 반대함으로써 자기의 1급 비밀취급인가를 스스로 내던진” 인물이었다. “고르바초프의 핵실험 중단 이후 (미국이 강행한) 네바다 핵실험 부지에서 비폭력 불복종 운동을 벌여 체포”당하기도 했고, “스타워즈 미사일 방어 계획이라는, 몇 번이고 잘라도 대가리가 또다시 생겨나는 괴물에 맞서 지칠 줄 모르고 싸움을 벌”이기도 했던 인물이다.
아니 무엇보다 ‘코스믹 커넥션’ 본문 안에다 세이건은 이런 얘기들을 적어두고 있다. “1976년 바이킹의 화성 착륙 미션의 전체 기대비용이 1970년도 소위 탄도탄 요격 미사일의 초과 지출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천문학은 군수산업 위장막이 아닐 뿐 더러, 그리 돼서도 안 된다.
코스믹 커넥션
칼 세이건 지음ㆍ김지선 옮김
사이언스북스 발행ㆍ468쪽ㆍ2만2,000원
‘순수함’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피해자는 그저 순진무구한 피해자여야만 하듯, 과학자라면 그저 순수한 연구만 해야 하고, 과학 애호가라 해도 그저 순수한 진리 탐구 부분만 애호해야 한다는 것 또한 착각이란 울림이다. 세이건이라면, 천문학자라면, 지금 트럼프의 우주군 창설 계획에 대해 뭐라 말해야 할까.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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