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초대 특별감찰관을 지낸 이석수(55ㆍ사진) 신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이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2004)’ 속 반장 캐릭터의 실제 모델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이 실장은 영화를 연출한 유하(55) 감독과 서울 상문고 동문이다.
‘말죽거리 잔혹사’는 1970년대 후반 서울 강남의 한 고교를 배경으로 한 청춘 액션물이다. 유 감독의 실제 고교 생활을 바탕으로 영화가 만들어졌다. 권상우(42), 이정진(40), 한가인(36) 등 당시 청춘 스타들이 주연을 맡아 전국 3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에는 소신 있는 모범생 반장 역할로 ‘이석수’라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상문고 출신인 유하 감독은 함께 학교를 다닌 이석수 실장을 모델로 삼아, 모범생이지만 소신 있는 ‘반장 이석수’를 등장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6년 언론 인터뷰에서 이 실장이 ‘말죽거리 잔혹사’ 반장의 모델이었다는 것을 언급하며 “보수적 공안검사이지만, 냉정하게 판단하고 사사로움에 얽혀 수사하지 않는다”고 평가했었다.
상문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6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 실장은 서울동부지검, 인천지검, 대구지검 등을 거쳐 2009년 춘천지검 차장검사를 끝으로 23년 간의 검사 생활을 마무리했다. 이후 법무법인 승재 대표 변호사로 일하다 2015년 박근혜 정부 초대 특별감찰관에 임명됐다. 특별감찰관의 주 업무는 대통령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들을 상시적으로 감찰하는 것이다.
이 실장은 특감 초기 “하는 일이 없다”는 정치권의 질타도 받았지만, 2016년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에 대한 감찰에 나서면서 이슈의 중심에 섰다. 우 수석 아들의 군 보직 특혜 여부, 처가 가족 회사의 재산 축소 신고 여부 등에 대한 감찰을 개시하면서 우 수석과 대립각을 세웠다.
하지만 이 실장은 얼마 뒤 감찰 내용을 언론에 누설했다는 혐의로 오히려 감찰 대상이 됐고, 특감직에서 사퇴했다. 지난 30일 문재인 정부 2기 개각에서 국정원 개혁을 진두 지휘할 국정원 기조실장에 임명됐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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