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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얼굴이 학생증… 중국 대학 신입생의 첫 코스는 안면 등록

입력
2018.09.02 13:00
수정
2018.09.02 19:5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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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대ㆍ칭화대 등 카메라 설치 

 기숙사 등 학교 시설서 신원 확인 

 ‘사회 통제 수단’ 해석 시각도 

베이징대의 한 신입생이 안면인식기를 통해 대학 행정당국에 등록을 하는 모습. 베이징대 홈페이지 캡처
베이징대의 한 신입생이 안면인식기를 통해 대학 행정당국에 등록을 하는 모습. 베이징대 홈페이지 캡처

중국의 최고 명문대학으로 꼽히는 베이징(北京)대의 올해 신입생들이 제일 먼저 한 일은 뭘까. 다름 아닌 안면인식 등록이다. 지난달 31일 입학식에 앞서 신입생 3,000여명은 모두 닷새간 교내 체육관에 설치된 ‘신입생 등록 디지털 플랫폼’을 찾아 안면인식기 앞에서 사진을 찍어야 했다. 대학 측은 이를 통해 교문에서부터 강의실ㆍ도서관ㆍ기숙사 등의 출입 절차가 간소화되고 학사행정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대는 이미 지난 6월부터 남서쪽 정문에 인공지능(AI) 기술이 탑재된 얼굴인식 카메라를 설치해 방문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중국의 상당수 대학은 신원이 확인된 사람들만 출입을 허용하는데 이 조치로 교직원과 학생들은 보안요원에게 신분증이나 학생증을 제시하지 않고 카메라 신원 확인 절차만 거쳐 교내로 들어가고 있다. 인근 칭화(淸華)대도 비슷한 시기에 캠퍼스 출입문과 도서관ㆍ기숙사ㆍ체육관 등에 얼굴인식 카메라를 설치해 운용하고 있고, 정파(政法)대도 최근 기숙사에 얼굴인식 카메라를 설치했다.

주요 대학들의 이런 움직임은 중국 사회에서 안면인식 시스템이 얼마나 급속하고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30년까지 AI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가진 중국 정부는 정책적으로 관련분야 업체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이에 따라 금융ㆍ교통ㆍ유통ㆍ여행분야 등에서 ‘얼굴’이 신분증을 대체하는 게 일반화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2020년까지 모든 시민의 ‘사회적 신용’에 등급을 매기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음을 감안할 때 안면인식 시스템의 확산은 사실상 사회 통제 기제로서의 의미가 더 커 보인다. 2015년 중국 공안부가 중국인 14억명의 얼굴을 3초 안에 90% 정확도로 식별하는 안면인식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나선 게 단적인 예다. 실제 공안당국은 대도시 공항과 주요 고속철역 근무자들에게 안면인식 시스템과 연결된 ‘스마트 선글라스’를 지급했고, 유명 연예인의 콘서트나 국제 스포츠 경기 같은 대형 이벤트가 있을 때는 입장할 때 신분 확인 이외에도 곳곳에 수십~수백대의 얼굴인식 카메라를 설치한다. 독립 움직임이 거센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에만 100만대가 넘는 얼굴인식 카메라가 설치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렇듯 중국이 거대한 안면인식 시스템 국가로 내달리는 과정에서 웃지 못할 해프닝도 속출하고 있다.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시의 한 중학교가 수업 집중도 향상을 내세워 얼굴인식 카메라로 학생들을 30초 간격으로 촬영하다가 인권침해 논란에 휘말렸다. 1990년대 홍콩 4대 천왕 중 한 명으로 이름을 날렸던 장쉐유(張學友)는 올 상반기 전국 투어 콘서트 도중 8명의 수배범이 공안당국에 검거되면서 ‘도주범 잡는 스타’라는 새 별명을 얻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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