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본 2018년 여름
주말에도 제주 서귀포시 열대야
종전 1위 1994년과 동률 기록
‘역대 최고 기록 경신’이라는 표현이 너무나 흔한 2018년 여름이었다. 8월 말 전국 곳곳을 강타한 태풍과 폭우를 기점으로 무더위도 한풀 꺾이고 있지만, 막바지 열기가 더해지면서 결국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 최고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짧게는 45년, 길게는 111년 이상의 기상 기록을 대폭 경신하며 많은 피해를 남긴 올해의 폭염은 9월 초순을 지나야 자취를 감출 전망이다.
기상청은 지난 1일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아침 최저기온이 각각 25.8도와 25.2도를 기록, 열대야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올해 한해 평균 열대야 일수가 종전 1위였던 1994년(17.7일)과 동률을 기록했다고 2일 밝혔다. 열대야는 오후 6시 이후부터 다음날 오전 9시 사이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일 때를 지칭하는데, 전국 45개 주요 관측지점에서 확인된 관측치 계산해 전국 평균치를 산출한다.
특히 올해 8월에는 아침 최저 기온이 30도를 넘어서는 초열대야도 처음으로 3차례나 발생했다. 서울의 경우 지난달 2일(30.3도)과 3일(30.0도) 연달아 초열대야를 기록하면서 111년 만에 가장 ‘뜨거운 아침’을 맞이했다. 강릉 역시 지난 달 8일 아침 최저기온이 30.9도에 달했다.
지난 달 22일을 기준으로 종전 최고치(1994년 31.1일)를 돌파했던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2일 현재 31.5일까지 늘어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일 최고 기온이 33도 이상이면 폭염으로 기록된다. 충남 금산은 지난 7월 11일부터 8월 16일까지 단 하루도 빠짐없이 낮 최고 기온이 33도 이상 올라 총 37일의 연속 최장 폭염일수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종전 최고 기록은 2016년 경남 합천(34일)이었다.
지난 달 1일 41.0도를 기록한 강원 홍천의 낮 최고기온 역시 1942년 8월 1일 대구의 기록(40.0도)를 76년 만에 넘어선 기록이었다. 서울 역시 지난 달 1일 39.6도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로써 일 최고 기온, 폭염 일수, 열대야 일수 등 더위 3대 지표에서 모두 역대 최고기록을 다시 쓰게 됐다. 2016년과 1994년을 넘어서는 ‘사상 최악의 여름’으로 남게 된 것이다.
기상청은 올해 역대 최강의 폭염이 찾아온 원인으로 ▦1973년 이래 역대 두번째로 짧았던 장마 ▦티베트 고기압ㆍ북태평양고기압의 강한 발달 등을 꼽는다. 19호 태풍 솔릭을 제외한 다수의 태풍이 한반도를 빗겨가면서 장시간 비가 내리지 않은 점도 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한편, 기상청은 우리나라 북서쪽에서 다가오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주초인 3일과 4일 중부지방과 경북 지방 등에 50~100㎜(많은 곳 150㎜), 전라ㆍ경남 등 20~60㎜의 비가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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