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몸짱’이라는 사람들에게 몸매 비결을 물으면 스트레칭을 꼭 꼽는다. 국민체조라고 하면 떠오르는 스트레칭 말이다. 국영수 중심으로 공부해서 전국 수석 했다는 말처럼 들린다. 스트레칭, 사실 별거 아니다. 사전적 정의는 ‘몸과 팔다리를 쭉 펴는 것’(표준국어대사전)이다. 후하게 치면 기지개도 스트레칭이다.
스트레칭은 어디까지나 준비운동이었다. 운동을 위한 밑작업쯤. 요즘 스트레칭은 ‘그냥 운동’ 대접을 받는다. 전문가들이 미디어에서 스트레칭을 전도하고 스트레칭으로 별별 효과를 봤다는 간증이 퍼지면서다. 돈 안 드는 맨몸 운동이니 금상첨화. 그런데, 몸을 열심히 쭉쭉 늘리기만 하면 될까? 스트레칭 초보자용 팁을 모았다.
Q. 스트레칭, 왜 해야 하나.
A. 스트레칭의 목적은 결국 근육 이완이다. 근육을 부드럽게 풀어 준다. 운동을 더 잘할 수 있는 몸, 외부 충격을 받고도 덜 다치는 몸을 만들어 준다. 말랑말랑한 고무찰흙은 깨지거나 부러지지 않는 이치다. 여기저기 쑤시는 통증도 스트레칭으로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몸 통증의 약 70% 정도는 뭉친 근육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다. 스트레칭을 제대로 하면 땀이 줄줄 흐른다. 운동은 운동이라는 얘기다.
Q. 스트레칭, 만병통치약인가.
A. 근골격계 질환은 물론이고, 변비, 당뇨병, 편두통, 여드름, 생리통, 만성피로까지, 온갖 병과 증상을 스트레칭으로 낫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책이 쏟아져 나온다. 관통하는 원리는 하나, 혈액순환 개선이다. ‘근육을 이리저리 늘리고 움직인다 → 피가 빨리 돈다 → 신진대사가 활발해진다.’ 기지개만 제대로 켜도 몸이 가뿐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맹신하지는 말자.
Q. 스트레칭으로 키가 크나.
A. 스트레칭이 성장판을 직접 자극한다는 설이 있지만, 아직은 설에 가깝다. 근육과 관절을 적절히 움직이면 키 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정도다. 스트레칭으로 자세를 바로잡아 ‘숨은 키’를 찾아낼 수는 있다. 스트레칭으로 다리가 예뻐졌다, 생리통이 줄었다는 간증도 골반, 다리의 뼈와 관절이 제자리를 잡은 효과라고 볼 수 있다.
Q. 아침, 저녁 중 언제 하는 게 좋나.
A. ‘언제’가 중요한 게 아니다. 따뜻한 고무찰흙이 잘 늘어나듯, 몸의 열이 관건이다. 몸을 데우고 해야 스트레칭도 잘되고 다칠 위험도 준다. 무용수들이 한여름에도 옷을 여러 겹 입고 연습하는 장면을 떠올려 보라. 민폐만 끼치지 않는다면, 사우나, 온탕이 스트레칭 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잠에서 깬 직후엔 몸이 굳어 있으니 조심하는 게 좋다. 아침에 기지개 켜다가 여기저기 삐끗하는 사람이 많다. 취침 전 과도한 스트레칭은 숙면을 방해한다는 얘기도 있다.
Q. 얼마나 아플 때까지 해야 하나.
A. 유연성 강화가 목적이라면 ‘뻐근하게 땡기는 정도, 다음날 근육이 조금 피로한 정도’가 적당하다. 고통 없이 열매 없다. 근육이 늘어나면서 아픈 건 당연하다. 단, 적당한 아픔이어야 한다. 무리하게 늘리다 관절, 인대를 다치면 잘 낫지 않는다. 꼭 아플 때까지 할 필요는 없다. 아프지 않아도 스트레칭이다. 한 가지 스트레칭 동작을 30초 이상씩 유지하는 게 좋다. 그래야 근육이 기억한다. 호흡은 한숨 쉬듯 조금씩 내쉬어야 한다. 아프다고 숨을 참으면 부상 위험이 커진다.
Q. 스트레칭 순서는.
A. ‘큰 근육에서 작은 근육으로, 중심 근육에서 말초 근육으로’가 안전하다. 운동 후 스트레칭도 중요하다. 운동 전 스트레칭으로 늘어난 근육이 본 운동으로 수축되는데, 스트레칭으로 다시 풀어 줘야 근육 회복이 빠르다. 무용수, 운동선수들은 스트레칭 후 얼음이나 찬물로 근육의 열을 식히기도 한다.
Q. 일자로 다리 찢기, 누구에게나 좋나.
A. 발레리나에 도전할 게 아니라면, 집착할 필요 없다. 안 되는 사람은 영원히 안 된다. 무리하다가는 ‘뱁새 가랑이 찢어지는 것보다 험한 꼴’을 당할 수 있다. 다리를 일자로 벌리려고 ‘애쓰는’ 것으로 충분하다. 제대로 애쓸 경우 척추를 감싼 기립근이 바로 서고 골반이 균형을 찾는다. 다리 찢기가 만성 요통에 좋다고 하는 이유다.
Q. 보조식품, 보조기구가 도움 되나.
A. 식초를 먹으면 몸이 유연해진다는 건 미신에 가깝다. 속만 버린다. 체육학과, 무용학과 학생들 사이에 족보처럼 내려오는 식품은 없다. 스트레칭 밴드, 폼롤러를 쓰는 건 권한다. 밴드를 쓰면 탄성 때문에 맨몸일 때보다 자세가 잘 잡힌다. 폼롤러는 뭉친 근막을 풀어 주는 기구다. 뻣뻣한 부위를 폼롤러에 대고 체중을 실어 굴리면 된다. 근육은 풀어지겠으나, 지옥을 맛볼 것이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도움말= 김기완 국립발레단 솔리스트∙김성종 스트레칭샵 대표
▦참고= ‘통증 제로 홈트’(이덴슬리벨)∙‘기적의 속근육 스트레칭’(비타북스)∙‘통증 잡는 스트레칭’(예문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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