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칭과 조사방법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 ‘2018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ㆍ복지실태조사’(출산력 조사)와 관련, 조사기관인 보건사회연구원이 차기 조사에 명칭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개인정보 노출 우려가 제기된 ‘부재시 연락 안내장’은 문에 스티커를 붙이는 방법 대신 우체통에 넣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보사연은 4일 출산력 조사 관련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이 같이 밝혔다. 출산력 조사가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 보는 시각을 반영하고 가부장적 가치관을 드러내는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개인정보 노출 우려가 있다는 등의 강하게 제기되자 정식으로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한국일보 관련기사 ‘현관에 떡 붙인 “당신은 출산력 조사 대상”’).
보사연은 출산력 조사가 “여성의 지위개선과 사회적 돌봄 향상 등을 위해 필요한 기초 통계 자료를 생산하고, 국제 비교 지표로서 활용되고 있다”면서도 “현재 실시되고 있는 조사는 변화하는 가치관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한계가 분명 존재한다”고 인정했다.
보사연은 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우선 현재 진행중인 조사 방법을 변경키로 했다. 부재중 스티커의 외부 부착으로 인해 개인정보 노출 등의 우려를 없애기 위해 안내장을 별도 봉투에 담아 우편함에 넣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한 것. 조사원 교육도 보다 철저히 시행하여, 개인정보 유출, 조사기법 등에 세심히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차기 조사에서는 통계청 승인이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 가구방문 면접조사의 대안을 모색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방문조사 대신 온라인 조사 또는 전화조사 등의 비대면 조사로 변경할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다.
‘출산력’이란 단어가 ‘여성을 출산 도구로 인식한다’는 비판에 따라 조사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서는 당장 바꾸는 것은 어렵지만 차기에는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보사연은 “본 조사는 3년마다 실시되는 24번째 조사로 국가 통계 승인을 받아 실시되므로, 조사 도중에 조사명과 조사 내용을 변경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차기 조사에서는 전문가 및 통계청의 자문을 통해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여 조사명칭과 내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향후에는 조사의 시계열 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문항을 최소화하고 성인지적 관점과 가족의 다양성, 국민의 삶의 변화를 반영하는 새로운 문항을 개발하겠다”며 가부장적 가치관을 반영해 논란이 된 일부 문항에 대한 수정 의사도 밝혔다.
최진주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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