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에 걸린 10명 중 9명은 앞서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던 사람이라고 보면 됩니다.”
음주운전 단속 경찰관들의 한결 같은 얘기다. 속된 말로 ‘한 번 저지른 놈이 또 저지른다’는 것이다.
지난해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된 운전자는 20만2,469명. 4년 전인 2013년(26만8,860명)과 비교하면 75%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감소 추세는 뚜렷하다. ‘음주운전은 잠재적 살인 행위’라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면서 술을 마신 뒤 운전대를 잡는 일 자체가 많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상습 음주운전자로 눈길을 돌리면 양상은 사뭇 달라진다. 지난해 적발된 음주운전자 가운데 두 번 이상 단속된 경험이 있는 운전자는 44.7%. 4년 전(42.7%)과 비교하면 오히려 2%포인트 늘어났다. 단순 수치만 따져도 절반 가까이는 과거 음주운전 전력이 있다는 것이고, 음주운전을 향한 거센 비난 등에도 끄떡하지 않는 무리가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재범자 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경고한다. 도로교통공단이 지난해 운전자 218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음주운전 경험자라고 답한 이들은 최근 3년간 평균 5.97회 음주운전을 했다. 이 중에는 10회 이상 경험자(29.6%)도 있었고, 음주운전을 50회 했다는 간 큰 운전자도 있었다. 명묘희 도로교통공단 책임연구원은 “이들에 대해 위반 횟수 대비 단속비율을 따져 봤더니 고작 3.8%에 불과했다“라며 “수치상으로만 본다면 25번 정도 음주운전을 해야 겨우 한 번 적발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현상은 처벌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3회 이상 위반자부터 가중처벌(1~3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1,000만원 이하 벌금형)하는 현행 도로교통법을 2회 위반자부터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에서는 2회 이상 음주운전을 한 경우 벌금이나 구금일수가 두 배 이상 증가하고 면허취득 결격기간도 프랑스는 3년, 독일은 최대 5년으로 한국(1년)보다 길다. 경찰청 관계자는 “면허취득 결격기간을 더 늘리는 방안 등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생계형 운전자의 경우 오히려 무면허로 운전을 하게 돼 범법자를 양산하는 부작용이 있어 고민”이라고 밝혔다.
명 연구원은 “요즘 같은 사회분위기에서 상습적으로 음주운전을 한다는 것은 죄질이 더 나쁘고 알코올중독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치료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예컨대 2회 이상 상습 음주운전자에 대해서는 법원이 치료 명령도 같이 내려 프로그램을 이수한 경우에만 면허를 다시 딸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방식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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