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대책 찬반 논란
범여권 “근본적 개혁” 강력 지지
국토부도 “시행령 개정” 적극
# 한국당 “실익 없는 정치적 처방”
건설사는 “공급 더 줄어든다” 반발
서울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세를 잡기 위한 묘책으로 분양원가 공개가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와 범 여권, 시민단체들은 “분양원가 공개로 분양가가 낮아지면 결과적으로 주변 시세도 안정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건설사와 야당에선 “분양원가를 공개한다고 집값이 떨어질 리는 만무하다”며 정치적 희생양 삼기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분양원가 공개가 집값을 잡는 ‘지름길’이라는 주장은 범 여권을 중심으로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6일 “지난 두 달 동안 서울의 부동산값 폭등으로 집값만 100조원이 오르는 등 불로소득이 주도하는 양극화 전성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며 “뛰는 집값을 잡는 데는 분양원가 공개가 특효약”이라고 강조했다. 분양가가 안정되면 주변 시세에 하방 압력을 넣어 전체적인 집값 안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투기 세력의 활동폭도 좁아질 것이란 취지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이날 “문재인 정부는 건설사와 투기꾼에 휘둘리지 말고 분양원가 공개 같은 근본적 개혁을 해야 한다”고 지원 사격에 나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정부의 시행령 개정 작업에 힘을 보탤 구체적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정의실천연합도 전날 논평을 통해 “국토교통부는 당장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 등 분양원가와 관련된 시행령을 개선해 분양원가 공개를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범 여권과 시민단체의 요구에 관련 개정안 국회 통과만 관망하던 정부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국토부는 전날 김현미 장관이 “법을 고치지 않고 시행령 개정을 통해 분양원가 공개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 뒤 실무부처에서 시행령 수정 방안을 점검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동안 “입법부 움직임에 정부가 적극 개입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해온 국토부의 태도 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앞서 분양원가 공개항목을 12개에서 61개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은 지난해 3월 정 대표의 대표발의(여야 의원 총 41명)로 같은 해 9월 국회 국토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법제사법위원회에서 1년째 표류 중이다.
그러나 건설업계와 자유한국당 등 반대파는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 ‘잘못된 정치적 처방’이란 입장이다. 국토위 소속 한 한국당 의원 보좌관은 “이미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가를 강하게 제한하고 있는 상황에도 집값이 오른 점을 감안하면 분양원가 공개의 실익은 거의 없다”며 “만성적인 주택 공급 부족 문제를 애써 무시하고 강남에 대한 적개심만으로 부동산 정책을 집행한 현 정부가 민간 건설사를 정치적 제물로 삼아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건설 유관단체 관계자도 “이렇게 마녀사냥 식으로 민간 건설사의 숨통을 옥죄면 민간 주택 사업이 축소돼 중장기적으로 공급이 줄고 시장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7일 경기도시공사의 일반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이러한 논란을 더욱 촉발시킬 전망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다산신도시 3개 블록 ▦고덕신도시 1개 블록 ▦동탄신도시 1개 블록 등 5개 블록(계약금액 총 7,704억원)에 대한 ▦설계내역서 ▦도급 및 변경 내역서 ▦하도급내역서 ▦원하도급대비표 등을 공표할 예정이다. 이 지사는 이미 지난 3일 경기도시공사의 임대주택공사 원가를 공개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정부가 분양원가 공개를 추진하겠다면 반드시 시세를 동시에 낮출 수 있는 유기적 부동산 대책이 함께 제시돼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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