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빨간 거짓말로 속여… 총체적 권력형 비리 중형 불가피”
MB 형량, 다스 실소유주 재판부 인정에 달려
비자금 횡령과 뇌물 수수 등 16가지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77) 전 대통령에 대해 검찰이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17대 대통령의 총체적 비리행각이 낱낱이 드러난 권력형 비리사건”이라며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정계선) 심리로 6일 열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20년, 벌금 150억원, 추징금 111억여원을 구형했다. 법정에 나온 이 전 대통령은 20분간 이어진 검찰의 구형 의견을 묵묵히 들으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검찰은 중형이 불가피한 이유를 ▦헌법가치 훼손 ▦다스 관련 국민 기만 ▦대통령으로서 직무 권한 사유화 ▦재벌과 유착 ▦대의 민주주의 근간 훼손 ▦책임회피 등 6개로 나눠 설명했다. 검찰은 “당선무효 사유를 숨긴 채 대통령에 취임해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범죄로 헌정사에 오점을 남겼다”며 “피고인이 저지른 반헌법적 행위에 대한 엄중한 사법적 단죄를 통해 무참히 붕괴된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근간을 굳건히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스 실소유주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으면서도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국민을 속였고, 수사 결과 다스와 자신의 관계가 드러났음에도 철저히 부정하는 모습을 보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 참담한 심정”이라고 비판했다. 삼성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해선 “당선 유력한 대선후보 때부터 당선된 이후까지 약 4년 동안 은밀하고 음흉한 방법으로 68억원이라는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며 “최고권력자의 극단적인 모럴해저드 사례로 정경유착의 폐해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원과 대형 금융기관장 자리를 대가로 뇌물을 챙긴 혐의에 대해선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유형의 부패 사건으로 공천권을 사유화해 진정한 대의제 민주주의의 발전을 저해했다는 점에서 엄정한 법의 심판이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은 최후진술을 통해 “부덕의 소치로 많은 사람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면서도 “부정부패·정경유착을 가장 싫어하고 경계해온 저에게 (비리를 저질렀다는 것은) 너무도 치욕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뇌물 대가로 삼성 이건희 회장을 사면했다는 것은 터무니 없는 의혹이며 다스 주식을 한 주도 가져본 적 없고, 공직을 통해 사적 이익 취한 적도 결코 없다”며 주요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1992년부터 2007년까지 다스를 실소유하면서 349억원 가량을 횡령하고, 직원의 횡령금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31억원대 법인세를 포탈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로부터 다스의 미국 소송비 약 68억원, 국정원에서 특수활동비 7억원,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김소남 전 의원 등에게 36억여원을 뇌물로 받은 혐의도 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은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이 전 대통령 형량은 재판부가 뇌물, 횡령액을 얼마나 인정할 것인지에 달렸다. 특히 대부분 혐의가 다스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어 ‘다스는 누구 것인가’에 대한 재판부 판단에 따라 형량이 크게 갈리게 됐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는 다음달 5일 열린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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