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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부서도 트럼프 축출 움직임” 내부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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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부서도 트럼프 축출 움직임” 내부 폭로

입력
2018.09.06 18:26
수정
2018.09.06 23:1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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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고위 관리가 NYT 기고

“나는 정부 내 트럼프 저항세력”

우드워드 이어 백악관에 직격탄

“푸틴 김정은 등 독재자에 호감

보수 지지층 가치에도 위배”

백악관, 대응전략에 비상

기고자 색출작업 나서기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백악관에서 뉴욕타임스에 실린 내부자 칼럼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백악관에서 뉴욕타임스에 실린 내부자 칼럼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하룻밤 사이에 백악관에 또다시 폭탄이 터졌다. 이번에는 내부로부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참모들에게 망신이나 주는 변덕쟁이로 묘사한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의 새 책 ‘공포’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백악관이 발칵 뒤집힌 다음날인 5일(현지시간) 오후 뉴욕타임스(NYT)가 홈페이지에 칼럼을 게재했다. ‘나는 트럼프 행정부 내 저항 세력의 한 명이다’라는 도발적 제목의 기고문 작성자는 익명의 고위 관리(a senior official). 고위 관리들이 익명의 취재원으로 언론에 대통령을 비판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직접 비판적 내용의 기고문을 보낸 것은 이례적이다. 내각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키려는 움직임까지 있었다고 폭로하는 등 내용도 충격적이다. 어지간한 비판에는 끄떡 없던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내부 핵심부로부터의 폭탄선언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의 리더십 추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인 보수층이 중시하는 가치를 위배하고 있다는 비판은 뼈아프다. 정권의 명운을 가를 11월 중간선거 선거전이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초대형 폭로가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한 형국이다.

이 기고문에서 “행정부의 많은 고위 관리들이 대통령의 국정 어젠다 일부와 최악의 편향성을 좌절시키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며 저항하는 내부 동조자가 여러 명 있음을 암시한 익명의 고위 관계자는 문제의 근원을 트럼프 대통령의 ‘도덕심 결핍(amorality)’에서 찾았다.

이 기고자는 “공화당 대통령으로 선출됐지만 사상의 자유, 자유시장, 자유인과 같은 보수주의가 지지해온 이상을 거들떠보지 않는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또 언론을 ‘국민의 적’으로 간주하는 생각을 퍼뜨린다는 점, 반자유무역적이고 반민주적 충동을 갖고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좌파로부터의 비판이 아니다”라며 자신을 소개한 글쓴이가 우려한 대목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지지층의 가치를 경시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외교정책을 다루는 과정에서 사적인 자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이나 김정은 같은 독재자에 호감을 표시하고, 동맹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예컨대 대통령은 영국에서 전직 러시아 스파이가 독살당할 뻔 했을 때 그 처벌로 푸틴의 많은 스파이들을 추방하자는 제안을 기꺼워하지 않았다”면서 “나쁜 행동을 하는 나라들에 미국이 제재를 지속해야 한다는 점에 (대통령이) 실망감을 토로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가장 충격적 대목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이 불가능할 때 부통령이 대행하도록 하는 미국 수정헌법 25조가 거론된 점이다. 그는 “대통령의 불안정함을 많은 사람들이 목격했기 때문에 정권 초기에 25조를 발동하는 것에 대한 수근거림이 내각에서 있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헌정 질서의 혼란을 우려”해 실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반대자들의 탄핵 요구가 아니라 내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 축출 여론이 있었다는 점을 공개, 파문이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전날 우드워드의 신간 출간에 이어 폭탄급 폭로가 이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로 “(기고자는) 배짱이 없다(gutless)”, “익명의 고위관리가 실존인물이냐”, “반역행위”라는 글을 올리며 신경질적 반응을 보였다. NYT는 편집자주를 통해 기고자의 요청과 기고자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점을 고려 실명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알렸다.

내부자의 폭로 기고가 공개되자 백악관도 크게 동요했다. WP는 “백악관 관리들은 공개된 회의를 취소하고 대응전략을 짜기 위해 잇따라 비공개회의를 가졌다”며 “기고문의 문장 패턴을 분석하는 등 웨스트윙(집무실)은 기고자 색출작업에 정신이 없었다”고 보도했다.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정신지체’라는 말을 들은 것으로 알려진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대통령을 ‘바보’로 불렀다고 알려진 존 켈리 비서실장, 심지어 멜라니아 여사까지 거론하며 올리며 기고자 추측에 열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걱정 말라, 우리는 이길 것”이라고 지지층에게 동요하지 말 것을 주문하는 트윗을 올렸지만 취임 이후 가장 큰 위기에 빠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역사가인 더글라스 브린클리는 WP에 “백악관 핵심부에 대통령의 비이성적이거나 위험한 행동을 저지하려는 저항의 무리가 있다는 것에 그저 놀라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은 CNN에 “우리는 자신이 무슨 결정을 하는지도 잘 모르고 발작 분노하기만 하는 대통령을 두고 있다”며 “미국은 진실로 헌법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비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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